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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전문가가 본 ‘음란광고’

시민·전문가가 본 ‘음란광고’

입력 2012-09-26 00:00
업데이트 2012-09-26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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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제목으로 클릭수를 유도하는 인터넷 언론 잘 들어. 들어가보면 기사는 뒷전이고 민망한 성인 광고들만 가득 차 있지. 명심해, 이런 민망한 광고 당신들의 아이도 본다는 걸.”

지난 8월 KBS 2TV ‘개그콘서트’에 출연한 ‘용감한 녀석들’이 언론의 음란성 광고를 향해 날린 직격탄이다. 웃음으로 포장됐지만 이 ‘용감한’ 발언은 음란성 광고와 성인용 화보로 가득찬 언론사 홈페이지에 대한 시민들의 불편한 시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시민들은 언론사 홈페이지의 음란성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하나같이 “언론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지난 6월 서울 강동구에 사는 주부 윤세화(39)씨도 언론사 홈페이지 탓에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윤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이 한 여성 연예인의 ‘섹시화보’에 접속해 있었기 때문이다. 놀란 윤씨가 “왜 이런 것을 보고 있느냐.”고 다그치자 아들은 대답 대신 “왜 화를 내느냐.”며 울음을 터뜨렸다. 윤씨는 “솔직히 아들이 ‘뭐가 잘못이냐’고 물어서 당황했다.”면서 “때가 되면 필요한 교육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부모보다 인터넷을 통해 성에 대해 배우는 것 같다.”며 혀를 찼다.

●“어린 아들이 쉽게 섹시동영상 접속”

중학생 딸을 둔 주부 고미현(43)씨의 고민도 비슷하다. 고씨는 “언론사 웹사이트를 보면 ‘가슴 확대’, ‘조루증 해소’처럼 민망한 광고가 가득하다.”면서 “딸에게 교육용으로 보여주고 싶은 기사가 있어도 성인 광고 탓에 망설여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음란물이 범람하는 상황에서 문제는 접속 여부가 아니라 얼마나 접속하느냐다. 상대적으로 수위는 낮지만 언론사의 성인 콘텐츠가 음란물에 대한 의식을 둔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양모(14)군은 “언론사 홈페이지는 주로 아이돌이나 연예인 화보를 보려고 찾는다.”면서 “솔직히 ‘야동’(음란 동영상)도 보는 마당에 언론사 홈페이지만 문제가 되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언론사가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은 든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성적 충동이 강한 시기에 언론사의 음란성 화보에 익숙해지면 더욱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된다.”면서 “성범죄를 촉발하는 요인도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익을 좇아 성인용 콘텐츠에 열을 올리는 언론사의 이중적 행태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음란물이 성범죄 원인이라더니…”

서울의 한 경찰서에 근무하는 김모(32) 경사는 “음란물이 성범죄의 원인이라면서 음란성 광고를 올리는 태도는 어불성설”이라면서 “언론사도 돈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김상훈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선정적 콘텐츠는 결국 언론의 신뢰도를 스스로 깎아먹는 행위가 될 것”이라면서 “현실적 사정은 이해하지만 언론의 본분을 생각한다면 성인용 콘텐츠보다는 다른 수익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2012-09-2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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