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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삶의 지혜를 주는 자연 체계/이창석 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시론] 삶의 지혜를 주는 자연 체계/이창석 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입력 2014-07-29 00:00
업데이트 2014-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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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석 서울여대 환경·생명과학부 교수
이창석 서울여대 환경·생명과학부 교수
3년 전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고 엄청난 재산피해를 가져왔던 우면산은 서울의 산 가운데 드물게 땅이 깊고 물이 많아 생태적 수용능력이 큰 산이다. 그러나 주변이 도시화돼 잠재된 생태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산이다. 산자락에서 드물게 보이는 오리나무숲, 갈참나무숲으로 변화 중인 아까시나무숲, 중턱 이상을 덮고 있는 신갈나무숲 정도가 그나마 내세울 수 있는 자연의 요소다. 그 밖에 대부분의 지역은 외래식물 아까시나무, 잡종식물 은사시나무, 우리 영토에 자생하지만 제 땅이 아닌 곳으로 옮겨져 목숨만 부지하고 있는 잣나무 등으로 덮여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교란된 장소를 선호하는 팥배나무와 담쟁이덩굴이 무더기로 나타나며 다양한 식물들을 몰아내고 숲과 숲 바닥을 온통 자신들만의 세상으로 바꾸어 가고 있다.

명품으로 태어난 우면산을 이처럼 한낱 보잘것없는 도시공원으로 전락시킨 것은 우리들의 무지 탓이다. 3년 전 산사태 피해 발생 직후 직접 현지답사를 해보았다. 홍수로 넘어진 나무들은 아까시나무, 잣나무, 은사시나무, 일본잎갈나무 등이었고 졸참나무, 갈참나무, 물박달나무, 신갈나무 등은 그곳에 함께 자라고 있었지만 거의 넘어지지 않고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전자의 나무들은 우리가 심은 나무들이고 후자는 그곳에 자연적으로 자라는 나무들이다.

그러면 왜 우리가 심은 나무들만 넘어진 것일까? 나무는 물론 모든 생물은 그들이 사는 생태적 위치가 있다. 기후, 토양, 지형, 다른 생물과의 관계 등이 그 위치를 결정한다. 생태학자들은 다양한 생물들 사이의 관계와 그 생물들과 그들의 환경 사이의 관계를 분석해 자연의 체계를 읽어내 왔다. 그리하여 어떤 환경에는 어떤 생물들이 살고, 어떤 생물들이 살고 있는 장소는 어떤 조건을 가진 환경인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들이 조화로운 관계를 이뤘을 때는 우리 인간에게 주는 혜택, 즉 생태계서비스 기능도 크다는 것을 밝혀 이를 기후변화를 비롯한 다양한 환경문제 해결은 물론 재해방지 수단으로까지 삼는 단계에 와 있다.

그러나 우면산은 어떠한가? 이러한 자연의 체계를 무시하고 사람들 마음대로 식물을 심다 보니 그들은 그곳에서 목숨은 유지하지만 깊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겉돌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3년 전 홍수 시에 자신들의 생명 터를 지켜내지 못하고 속절없이 넘어져 쓸려 내려가며 자신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우리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고 갔던 것이다.

나는 최근 우면산 피해 복구현장을 돌아보았다. 그 현장을 보며 3년 전 피해 현장을 볼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다시 한 번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지금은 수백명의 젊은 생명을 일시에 잃고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겨 안전만큼은 지켜내자고 다짐에 다짐을 하고 있는 시기가 아닌가. 그런 엄청난 피해를 겪고서도 우면산의 관리 수준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악화됐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다. 골짜기에서 물 흐름을 조절하며 홍수 피해를 줄여주던 돌들은 모두 걷어 내 석탑으로 쌓아놓고, 골짜기는 마치 동계올림픽 경기장의 봅슬레이 코스가 연상될 정도로 출처를 알 수 없는 돌과 콘크리트로 발라놓았다.

이 거대한 인공배수로 주변에 도입된 식물들을 보면 더욱 한심하다. 일제 강점기 철로 변에 심던 족제비싸리가 주를 이루고, 어떤 곳은 목초로 도입된 오리새로 겉만 살짝 덮어 놓은 곳도 보인다. 이들이 이 땅의 주인인가를 따져보는 것은 사치에 가깝다.

그러나 안전 불감증에 만성 중독돼 안타까운 생명을 계속 잃어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들이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대홍수 시 그들의 뿌리로 이 땅을 움켜잡고 지켜줄 것인가를 물어야 할 것 같다. 인공배수로가 아무리 튼튼해도 자연과 달리 수명이 정해져 있다. 더구나 그 주변이 깎여 나가면 그들의 역할은 거기서 바로 마무리될 수 있음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삶의 지혜 공급원인 자연의 체계를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4-07-2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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