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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명령’ 익산 아파트 주민 “이사할 여력 없어요”

‘대피명령’ 익산 아파트 주민 “이사할 여력 없어요”

입력 2014-09-18 00:00
업데이트 2014-09-1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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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여가구 경제사정으로 이주 못해…전시행정 논란도

전북 익산시가 붕괴 위험을 내세워 모현우남아파트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명령을 내렸지만 주민들은 경제 사정을 이유로 이사를 주저하고 있다.

전북 익산시가 붕괴 위험에 처한 모현우남아파트 입주민들에 대해 11일 오전 긴급 대피명령을 발표했다. 사진은 모현우남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전북 익산시가 붕괴 위험에 처한 모현우남아파트 입주민들에 대해 11일 오전 긴급 대피명령을 발표했다. 사진은 모현우남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18일 익산시와 주민들에 따르면 시는 지난 11일 모현우남아파트 입주민들에 대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40조’를 근거로 긴급 대피명령을 내렸다.

박경철 익산시장은 발표문을 통해 “특별조사단의 안전점검 결과 심각한 재난안전위험이 있어 입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대형 인재를 예방하고자 긴급 대피명령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명령이 내려진 지 일주일이 넘었음에도 이사를 결정한 가구는 현재 1∼2가구에 불과하다.

이 아파트에는 88가구에 350여명이 살고 있다. 전체 103가구 중 15가구는 명령 발동 전에 거주지를 옮겼다.

이사를 원하는 주민이 거의 없자 익산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피하지 않으면 경찰을 통해 강제대피를 하거나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아파트가 사유재산인데다 이사할 곳이 없는 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키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시는 가구당 120만원 한도에서 이주비를 지원하고 3천만원 이하 저리 융자를 알선한다는 대책을 세웠다.

그러나 주민들은 익산시가 너무 서둘러 긴급 대피명령을 발표하는 바람에 ‘붕괴 직전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란 낙인과 함께 급히 다른 거처를 마련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주민 김모(68)씨는 “갑자기 대피명령이 내려져 불안이 더 커졌다”며 “불과 5천만원 안팎의 돈으로 익산 어디에서 아파트를 구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실제 이 아파트의 시세는 40평대 기준으로 5천여만원에 불과하다.

김갑섭 모현우남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장도 “막상 대피명령이 발동됐어도 주민 대부분이 경제적인 형편 때문에 이사할 처지가 못된다”며 “주민들이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끼리도 내홍을 겪고 있다.

일부 주민은 재건축을 주장하는 반면 다른 주민들은 보수·보강을 거쳐 재입주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1992년 11월 준공된 모현우남아파트는 2002년 구조안전진단 결과 철거대상인 D, E급 판정을 받은 뒤 익산시로부터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됐다.

이후 한차례도 보수·보강 공사를 하지 않아 붕괴 위험 상황에 직면했다.

일각에서는 10여년 전 내려진 위험 건축물 판정을 근거로 긴급 대피명령을 내린 익산시의 처사에 대해 ‘전시행정’이란 비판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익산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이사할 여력이 없고 대비명령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는 건 사실”이라며 “대출 문의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큰 무리 없이 이주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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