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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압력에 한국 AIIB 연내 가입 유보

美 압력에 한국 AIIB 연내 가입 유보

입력 2014-10-02 00:00
업데이트 2014-10-02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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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외교장관 회담서 ‘관망’ 요구… 靑, 中과의 실무협의 중단 지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개최된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중국이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한 한국의 연내 가입을 유보해 달라고 공식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지난달 말 기획재정부에 AIIB 가입 추진을 유보하고 잠정적으로 협의를 중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4차 AIIB 설명회에 참석해 중국 측과 실무 협의를 진행했던 기재부는 같은 달 26~27일 미가입국을 대상으로 마지막으로 열린 5차 베이징 설명회에는 불참했다.

1일 복수의 정부 및 경제계 소식통 등은 케리 장관이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미국의 동맹인 한국이 AIIB 가입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뜻을 전달하면서 AIIB 문제에 대한 ‘관망’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20~21일 호주 케언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도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측에 AIIB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월까지 청와대 유관부처 정책조정회의 등을 통해 AIIB 가입을 적극 검토해 온 정부 기류도 급선회했다. 일각에서는 경제 논리보다는 동맹 논리를 앞세운 미국의 압력에 우리 정부가 굴복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7월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AIIB 창립 회원국 참여 희망을 공식 표명했고, 양국은 공동성명에 AIIB 협의 방침을 명시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우리 측과의 외교·재무장관 회담에서 가입을 반대한 게 아니라 한·미 양국 간 AIIB의 불확실한 지배구조 등의 문제점을 공유하는 차원의 협의였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유보 결정에 대해 “우리 입장은 ‘참여’ 쪽에 가깝다”면서 “중국이 내년 설립을 목표로 하는 만큼 당장 MOU를 체결하기보다는 미국과의 관계도 신경 쓰면서 우리 몸값을 올리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2014-10-0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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