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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직권조사 외면하는 공정위 ‘경제검찰’ 맞나

[사설] 직권조사 외면하는 공정위 ‘경제검찰’ 맞나

입력 2014-10-22 00:00
업데이트 2014-10-22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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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소극적인 시장 조사 행위와 처벌의 실효성이 국정감사에서 잇단 지적을 받았다. 적극적인 행위인 직권조사는 소홀히 하고 기업의 자진신고에 의존하거나 단순한 경고를 남발한다는 것이다. 시장에서의 각종 상행위가 지속적으로 늘고 불공정 행위도 덩달아 증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러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적된 내용을 뜯어보면 공정위의 잘못된 관행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공정위가 가진 권한 만큼 책무 또한 중차대하다는 뜻이다.

국감자료에 따르면, 공정위는 1999년부터 15년간 과징금을 부과했던 불공정 행위(356건)의 절반 이상(182건)을 기업이 스스로 신고했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면제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기본과징금이 총 4조 6700억원이었지만 면제 금액은 절반인 2조원에 달했다. 7월에 발표된 건설업체들의 호남고속철도 입찰 담합건의 경우, 기본과징금이 역대 최고인 4355억원(매출액의 25%)이었는 데도 최종 부과된 과징금은 2921억원으로 줄었다. 자진신고 감면제도를 적용한 것이다. 이처럼 공정위가 자진신고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자체 판단으로 하는 직권조사는 크게 줄었다. 2011년 50.8%(1902건)이던 것이 2013년에 28.2%(183건)로 줄었고, 올해는 9월까지 25.1%(104건)에 머물렀다.

최근 들어 불공정 담합 행위는 크게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건설업계의 담합 적발 건은 2012년 24건에서 올해는 39건(9월 기준)으로 3년 만에 62.5%나 급증했다. 이에 따른 담합 매출액도 같은 기간에 31조원에서 49조원으로 늘어났다. 그런데도 올해 과징금 부과 비율은 고작 2.1%에 그쳤다. 해당 기업들이 시정 노력을 했고 조사 과정에 협조를 했다는 것이 근거로 내세운 것이다. 경감 사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납품업체에 대한 홈쇼핑업체들의 불법 횡포가 1998년부터 16년 동안 144건이 적발됐지만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단 6건(4.16%)뿐이었다. 또한 삼성전자가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에 중고 컴퓨터 부품을 납품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고지하지 않았는 데도 무혐의로 처리했다. 삼성전자도 잘못을 인정하고 공정위의 실무진도 과징금 부과 의견을 냈지만 심의 소위원회에서 반대결론을 내렸다. ‘봐줄 만큼은 봐준다’는 오해를 받을 만하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를 해치는 행위에 대한 조사권과 처벌권, 고발권을 갖고 있어 ‘경제검찰’로 불린다. 담합 등 불공정행위에는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마땅하다. 불법을 저지른 기업이 스스로 신고하기만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 불공정 행위를 한 상당수 기업은 적당 수준의 과징금을 내면 그만이란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게 현실이다. 과징금을 대규모 이윤을 내기 위해 어쩔 수없이 들이는 작은 비용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공정위 나름의 제재 기준과 고려 사항들이 있겠지만 시장에서 ‘고무줄 잣대’로 인식하면 영(令)이 서지 않는다. ‘사상 최대 과징금 부과’란 말을 자주 듣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자진 신고만으로는 시장에 만연해 있는 불공정 행위를 뿌리뽑긴 어렵다. 공정위가 보다 적극적으로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말이다. 심의 과정에서 근거 없이 과징금을 깎는 관행에도 문제가 없는지 짚어봐야 한다. 노대래 공정위원장은 지난해 취임 때 “담합이 적발되면 망한다는 인식이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었다.
2014-10-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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