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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자마자 ‘먹통’ 된 2000억

열자마자 ‘먹통’ 된 2000억

장은석 기자
입력 2015-02-26 23:52
업데이트 2015-02-27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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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국세행정 시스템’ 인지세 납부조차 안 돼 이용자들 분통

국세청이 2011년부터 1200억원 이상을 쏟아부어 만든 ‘차세대 국세행정 시스템’이 시작부터 양도소득세, 인지세 등 세금 신고·납부가 되지 않는 ‘먹통’이 돼서 납세자와 세무사, 회계사 등 세무 대리인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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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의 차세대 국세행정 시스템인 홈택스에 접속하면 원도 XP 이용자의 경우 브라우저 환경 설정을 변경하지 않으면 전자세금계산서 발급 등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나온다. 하지만 일부 납세자들은 설정을 변경해도 여전히 사이트가 먹통이라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홈택스 홈페이지 캡처
국세청의 차세대 국세행정 시스템인 홈택스에 접속하면 원도 XP 이용자의 경우 브라우저 환경 설정을 변경하지 않으면 전자세금계산서 발급 등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나온다. 하지만 일부 납세자들은 설정을 변경해도 여전히 사이트가 먹통이라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홈택스 홈페이지 캡처
26일 세무사들과 납세자들에 따르면 지난 23일 개통된 차세대 국세행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세무행정에 대혼란이 일고 있다.

차세대 국세행정 시스템은 기존의 홈택스, 현금영수증, 전자세금계산서, 연말정산간소화, 근로장려세제, 공익법인공시, 국세법령정보, 고객만족센터 등 8개 사이트를 홈택스(www.hometax.go.kr) 하나로 묶은 세무행정 통합 사이트다.

국세청은 지난해까지 시스템 개발비 910억원, 장비 리스료 330억원가량을 썼고 2020년까지 약 660억원(연간 110억원)의 리스료를 더 내야 한다. 2000억원가량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걷는 국세청이 세금을 허투루 썼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당장 세금을 내지 못하는 납세자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에 있는 한 회사의 경리회계 담당자는 “국세청이 홈택스를 개편하고 난 뒤에 인지세 납부가 안 된다”면서 “조달청, 방위사업청과 계약하려면 오늘까지 인지세를 내야 하는데 계약을 날리게 생겼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 여의도에서 사무소를 운영하는 윤모(38) 세무사는 “양도세 전자신고가 안 돼서 못 냈다”면서 “세무서 민원실에 갔더니 대기 인원이 너무 많아 한참을 기다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세무사들에 따르면 홈택스에서 기존에 냈던 세금 내역도 조회가 잘 되지 않고 있다. 사업자가 경비 지출 내역으로 신고하기 위해 현금영수증 사이트에 등록했던 신용카드번호가 삭제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달 말까지 일용직 근로자를 고용했던 사업자가 내야 하는 일용직 지급명세서도 26일 밤늦게까지 제출이 안 됐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다음달 10일까지 사업자들은 근로소득, 사업소득, 퇴직소득 지급명세서를 세무서에 내야 한다. 이번달 세금계산서도 같은 기간까지 전자세금계산서로 전송해야 한다. 서울 강남에서 사무소를 운영하는 신모(34) 세무사는 “당장 다음주면 일이 더 몰릴 텐데 지금도 버벅거리는 홈택스가 접속자가 폭주할 때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일반 국민들도 홈택스에 접속하면 짜증부터 난다. 기존에 현금영수증, 근로장려세제 사이트에 가입했던 납세자는 새로 회원 가입을 해야 한다. 사이트를 이용하려면 공인인증서, 키보드 보안, 부정접속 차단 등 8개 보안 프로그램을 내려받아야 한다. 서울의 대형 회계법인에 근무하는 김모(33) 회계사는 “대통령이 나서서 액티브엑스를 없애라고 했는데 비슷한 프로그램만 8개를 깔아야 한다”면서 “차세대는커녕 홈택스가 ‘개판’이 됐다”고 지적했다.

홈택스 먹통으로 국세청 콜센터에 문의 전화가 폭주하면서 상담사와 연결이 되지 않고 있어 납세자들의 불만은 더 커지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8개 사이트를 하나로 묶다 보니 오픈 초기에 접속 지연, 서비스 중단 등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신속하게 조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2015-02-2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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