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열린세상] 파사현정과 실종된 미래/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열린세상] 파사현정과 실종된 미래/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입력 2015-04-17 17:54
업데이트 2015-04-17 21:1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미지 확대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파사현정이란 본래 불교용어로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성숙한 사회는 끊임없이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아 현재는 물론 미래를 밝히고자 노력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작금의 상황을 보면 바람직한 미래를 위해 과거를 성찰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얽매여 미래를 잃어버릴 것 같은 위기감이 높아 매우 걱정스럽다.

어딜 가나 세월호 참사 1주년과 소위 ‘성완종 게이트’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하지만 그 속에서 이성에 따른 합리적 판단은 찾기 어렵다. 대다수 언론이 일방적 주장과 추측성 보도를 쏟아내면서 결과적으로 여론을 한 방향으로 몰아 가고 있다. 정치권은 어떻게 하면 이 사건들을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활용할 것인가에만 몰두해 국민의 행복이나 미래의 대한민국은 안중에도 없다. 일반 국민과 누리꾼들도 저마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이나 노선, 혹은 이도 저도 아닌 감정에 휩쓸려 거친 폭언을 주저 없이 쏟아낸다. 거기에 미래 담론은 설 자리가 없다.

세월호특별법(진상조사) 시행령을 두고 특별조사위원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특위의 조사 대상을 제한하고 해수부 공무원들이 사무국의 고위직을 맡아 조사위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당초 120명을 사무국 정원으로 규정했음에도 일단 90명으로 출발하도록 한 것도 정부가 조사위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대부분이 율사 출신인 조사위원들이 모법인 특별법이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모든 사안을 조사할 수 있도록 했고, 사무국 고위직 임명에 위원회의 동의를 필수적으로 거치도록 했으며, 업무량 증가에 따라 최대 120명까지 증원시킬 수 있도록 한 시행령을 모르지 않을 텐데 왜 이런 주장을 할까.

‘성완종 리스트’로 불거진 권력 핵심의 불법 정치자금 혹은 뇌물 수수 사건에 대해 야당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조차 총리를 비롯해 명단에 있는 지방자치단체 수장들이 당장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정을 총괄하는 총리가 검찰의 수사 대상이라는 것 자체가 공정한 수사와 기소를 가능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설득력 있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외국 출장을 떠났고 경제부총리도 외국 출장 중인데도 총리 사퇴가 안고 올 국정 마비에는 별 관심이 없다. 또 자신들이 늘 주장하던 ‘무죄추정의 원칙’도 실종됐다. 왜 그럴까.

세월호 참사와 ‘성완종 게이트’는 명명백백하게 밝혀 관련된 모든 인사들을 적법 절차를 거쳐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문제는 이러한 사회적 논란 속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실종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급속한 고령화를 맞고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공무원연금 개혁을 해결해야 하는 것은 이 시대 정치권의 책무다. 역대 정부의 반복되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미봉책으로 물러서야 했던 연금개혁을 또다시 다음 정부로 넘긴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박근혜 정부는 폭탄 돌리기의 마지막 주자로서 골든타임이 끝나기 일보 직전에 서 있다. 국민연금에 비해 최대 3배의 혜택이 주어지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 비록 자신들이 받을 혜택이 줄어든다고 해도 미래 세대를 위해 희생할 준비가 돼 있다는 공무원들의 공감대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공무원 노조는 4·24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동참하겠다고 나섰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은 절반에 불과하고 주기적 해고의 위험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문제는 또 어떤가.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정의로운 사회를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도 우리 세대의 책무다. 지금 당장 먹고살기 위해 미래 세대를 희생할 권리가 우리에게는 없다.

세월호 참사와 ‘성완종 게이트’는 철저히 조사해 처리하되 미래 세대를 위한 연금개혁 등 개혁 과제에 대한 노력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 파사현정은 분노와 흥분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불신을 넘어 정의와 공평을 실현하려는 냉철한 이성과 논리적 합리성에 근거해야 하고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 조사도 좋고 ‘성완종 게이트’ 특검도 좋다. 다만 과거에 함몰돼 미래를 잊으면 후손에게 부끄러운 조상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2015-04-18 22면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