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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신종 ‘공갈젖’ 스마트폰… 아기들의 뇌가 위험하다

[단독] 신종 ‘공갈젖’ 스마트폰… 아기들의 뇌가 위험하다

송수연 기자
송수연 기자
입력 2015-05-05 23:52
업데이트 2015-05-06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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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톨릭대 2~6세 유아·부모 공동 조사

스마트폰 사용량이 많은 유아일수록 화를 잘 참지 못하거나 짜증을 내는 등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가 클수록 아이가 스마트폰 중독에 빠질 위험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우는 아이 달래려다 분노 못 참는 아이로 키워

서울신문이 특별기획 ‘아날로그&디지털 리포트’의 일환으로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발달심리연구실과 함께 지난달 17일과 20일 양일간 서울 강서구 화곡동 소재 어린왕자 어린이집(원장 임연희)에 다니는 2~6세 유아 62명과 부모들을 상대로 1대1 대면조사 및 71개 문항의 심층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국내 언론이 대학 연구팀과 공동으로 유아에 대한 스마트폰의 위험성을 규명하는 심층연구를 진행한 것은 처음이다.

●무분별하게 쓸수록 인지력 크게 떨어져

이들 유아 62명의 일일 평균 스마트기기(스마트폰, 태블릿PC) 사용시간에 따른 정서조절 능력을 검사한 결과 스마트기기 사용 그룹이 평균 30.45점으로 스마트기기 미사용 그룹(32.17점)보다 정서조절 능력이 떨어졌다. 짜증이나 화를 내는 빈도 등을 나타내는 부정정서 표현 수치도 스마트기기 사용 그룹(17.29점)이 미사용 그룹(14.67점)보다 높았다.

부모가 정해 주는 규칙 없이 무분별하게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유아들은 인지조절 기능 검사 결과 평균 정확도가 43.10%에 그쳐 규칙을 정해 놓고 사용하는 유아 그룹(70.30%)보다 크게 낮았다. 특히 부모가 자녀와의 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자녀의 스마트폰 중독 경향성과의 관련성을 상관 분석 기법으로 검증한 결과 수치가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0.312로 나타나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가 크면 아이가 스마트기기에 중독될 위험성도 커진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검사를 진행한 정윤경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는 “부모가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을 관리하는 게 중요한데 양육 스트레스가 많은 경우 쉽지 않다”면서 “부모의 책임도 크지만 양육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부의 육아 정책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부모 스트레스 클수록 자녀 디지털 중독 경향

서울신문과 가톨릭대 심리학과 발달심리연구실이 지난달 17일과 20일 양일간 서울 강서구 화곡동 소재 ‘어린왕자어린이집’(원장 임연희)에 다니는 2~6세 유아 62명의 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와 유아를 상대로 진행한 일대일 대면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기기(스마트폰, 태블릿PC) 사용 시간이 긴 유아일수록 정서 조절 능력과 인지 능력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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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 심리학과 발달심리연구실 소속 연구원들이 지난달 20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소재 ‘어린왕자어린이집’에 다니는 유아들 옆에 앉아 스마트기기 사용 관련 인지 능력을 검사하고 있다.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가톨릭대 심리학과 발달심리연구실 소속 연구원들이 지난달 20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소재 ‘어린왕자어린이집’에 다니는 유아들 옆에 앉아 스마트기기 사용 관련 인지 능력을 검사하고 있다.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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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71개 설문 중 유아의 정서 조절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문항은 17개로, 정서 통제 8개 문항(점수 범위 8~40점:문항당 최저 점수 1×8=8, 문항당 최고 점수 5×8=40)과 부정적 정서 표현 7개 문항(점수 범위 7~35점)으로 구성돼 있다. 정서 통제 점수가 높을수록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크고 부정적 정서 표현 점수가 높을수록 화나 짜증을 잘 내는 것을 나타낸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에 따른 정서 통제 능력을 나타내는 <그래픽1>을 보면 스마트폰을 1~2시간 사용하는 유아 그룹은 평균 29.375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30분~1시간 사용하는 그룹은 평균 30.000점, 30분 이내로 사용하는 유아들은 평균 30.294점으로 점수가 높았다. 사용하지 않는 그룹은 32.200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나타냈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에 따른 부정 정서 표현을 나타내는 <그래픽2>는 1~2시간 사용하는 그룹이 18.000점으로 가장 높게 나왔다. 30분~1시간은 17.800점, 30분 이내는 17.353점, 사용하지 않는 그룹은 14.400점으로 사용 시간이 줄어들수록 자녀가 화나 짜증을 덜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를 진행한 정윤경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는 “부정 정서가 높게 나오는 것은 정서 조절이 제대로 안 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스마트기기 사용이 정서 조절 기능 발달에 영향을 끼쳤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스마트기기 사용 시간이 길수록 중독 경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화내거나 짜증 내는 증상을 많이 보일 수 있다”고 했다.

스마트기기 사용 유아 중 부모가 규칙을 세워 놓지 않고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하는 경우에는 규칙을 세워 놓은 경우보다 감정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졌다. 규칙을 세워 놓지 않은 경우는 30.42점으로 규칙을 세워 놓은 경우(30.85점)보다 정서 조절 능력이 낮았다. 규칙이 없는 그룹은 부정적 정서 표현도 높았다.

인지 조절 기능도 규칙 없이 스마트기기를 사용했을 때 낮게 측정됐다. 인지 조절 기능은 주의 집중 능력, 의사 결정 능력, 규칙을 적용하는 능력 등으로 학습 능력을 좌우하는 밑바탕이 된다. <그래픽3>을 보면 규칙 없이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유아 그룹의 인지조절검사에서 정확도는 43.10%에 미치지 못했다. 그에 반해 규칙 아래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는 그룹의 정확도는 70.30%로 높아 큰 차이를 보였다. 인지 조절 기능은 유아 62명을 대상으로 주의 및 인지적 조절을 측정하는 기법인 ‘플랭커 태스크’를 이용해 일대일로 검사했다. 이는 컴퓨터 화면에 제시된 과제를 보고 유아가 얼마나 정확하고 빠르게 반응하는지를 측정하는 검사다. 다만 유아 62명 중 2~3세는 나이가 너무 어려 제대로 과제를 수행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30명만 검사에 참여했다. 정 교수는 “결국 스마트폰을 사용하더라도 장소와 시간 등 규칙을 정해 놓는 부모의 관여와 참여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가 유아를 스마트폰 중독에 빠트릴 위험성이 있다는 검사 결과도 나왔다. 부모가 유아와의 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유아의 스마트폰 중독 경향성의 관련성을 상관분석 기법으로 검증한 결과 수치가 0.312로 나타난 것이다. 정 교수는 “통계학적으로 볼 때 이 수치는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가 클수록 유아가 스마트기기에 중독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는 유의미한 결과”라고 했다.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자녀의 스마트기기 사용에 대한 규칙을 세우지 않는 경향도 높았다. 통계기법 중 하나인 ‘변량분석’을 통해 분석한 <그래픽4>를 보면 규칙이 없는 그룹(14명) 부모의 스트레스 정도가 평균 27.429로 규칙이 있는 그룹(47명)의 스트레스(24.514)보다 높았다. 양육 스트레스가 큰 부모는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을 관리할 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해석된다.

양육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자녀 앞에서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경향도 높았다. <그래픽5>를 보면 자녀 앞에서 가끔 사용하거나 항상 사용하는 그룹(49명)의 스트레스 정도는 25.82로 자녀 앞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피치 못할 경우에만 사용하는 그룹(13명)의 스트레스(17.94)보다 훨씬 높았다.

정 교수를 비롯한 가톨릭대 연구팀 5명이 진행한 이번 연구에 참여한 유아 62명은 2세 13명, 3세 14명, 4세 13명, 5세 17명, 6세 5명으로 구성됐다. 이들 유아가 최초로 스마트기기를 접한 나이는 2세 이상~4세 미만이 44명으로 가장 많았고, 0세 이상~2세 미만도 8명이나 됐다. 유아의 일일 평균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30분 이내’가 34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분~1시간, 1~3시간은 각각 9명이었다. 아이가 스마트기기를 주로 사용하는 장소는 가정(27명), 식당 등 공공장소(14명), 차 안(3명) 등의 순이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2015-05-0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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