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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24] 조계종 화쟁위의 고민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24] 조계종 화쟁위의 고민

김성호 기자
입력 2015-11-26 11:14
업데이트 2015-11-26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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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인 도법(가운데) 스님과 화쟁위원들이 지난 24일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서 은신중인 민주노총 위원장이 요구한 중재를 수용키로 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인 도법(가운데) 스님과 화쟁위원들이 지난 24일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서 은신중인 민주노총 위원장이 요구한 중재를 수용키로 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조계종 화쟁위원회(화쟁위·위원장 도법 스님)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조계사에 은신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전격 제의한 민노총과 경찰·정부간 중재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달 5일로 예정된 2차 ‘민중 총궐기대회’의 평화적 집회 중재 부터가 삐걱거린다. 현재로선 민노총 측이 제의한 노동계-정부간 대화 중재는 엄두도 못 낼 상황이다. 그렇고 보니 불교계 안팎에서 화쟁위의 역할을 둘러싸고 회의적인 목소리가 적지않다.

 우선 경찰의 강경한 입장 표현에 대화 중재가 주춤한 상태이다. 지난 25일 화쟁위는 강신명 경찰청장과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에 2차 ‘민중 총궐기대회가 폭력시위와 과잉진압의 악순환을 끊는 전환점이 되도록 대화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경찰 측의 입장은 그닥지 적극적이지 않은 편이다. 화쟁위는 집회 주최 측에도 평화적 시위를 하도록 설득하고, 경찰도 동참해 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경찰측은 ‘법 집행 기관으로서 준법의 문제는 화쟁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기본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측은 한 위원장의 자진 출석 등 적법 절차 준수와 준법 집회 다짐이라는 조건이라면 대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이같은 강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 대통령은 전 날인 24일 국무회의에서 민노총의 대규모 집회를 ‘불법 폭력 사태’로 규정한채 수배중인 상황에서 공권력을 무시하고 계속 불법 집회를 주도하는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엄정 대응방침을 밝혔었다. 정치권의 입장도 싸늘하기는 마찬가지다. 화쟁위의 중재 선언에 새누리당의 서청원 최고위원과 김진태 의원은 잇따라 ‘왜 범법 수배자를 감싸느냐’‘공권력을 투입하라’는 발언을 쏟아내 조계종단과 조계사 스님들의 항의방문과 사과 요구 사태를 낳았었다.

 이같은 상황에 조계종 25개 교구 본사 주지들과 조계사 사부대중, 실천승가회,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는 나란히 성명을 발표해 ‘내 집에 들어온 절박한 중생은 내치지 않는 법’이라며 일단 화쟁위의 입장을 거들고 나섰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과 달리 25일 충남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열린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에서 불교계의 입장은 한 군데로 모아지지 않았다. 화쟁위 위원장 도법 스님이 2차 ‘민중 총궐기대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스님들이 현장에서 ‘평화의 울타리’ 역할에 나서줄 것을 촉구하는 결의문 채택을 제안했지만 일부 위원들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한채 평화로운 시위문화 정착을 촉구하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는 선에서 그쳤다.

 조계종 화쟁위는 서울경찰청을 비롯한 경찰 측과 만나 입장을 먼저 확인한 뒤 민노총 측과도 다시 면담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관련해 민노총-정부간 원만한 대화를 위해 범종계의 동참도 재차 촉구할 방침이다. 현재 화쟁위는 화쟁위원과 기획위원 등으로 노동계-정부간 대화 실무 전담반을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2차 ‘민중 총궐기대회’의 평화 집회 추이를 살펴가면서 노동계-정부간 대화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인 것이다. 이와 관련, 정웅기 화쟁위 대변인은 2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화쟁위의 역할은 조정이 아니라 갈등과 폭력의 고리와 악순환을 끊자는데 있는 것인 만큼 노동계와 경찰, 정부가 모두 대승적인 차원의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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