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개성공단 北근로자·가족 25만명… 일터 잃어 체제 새 불안 요인으로

개성공단 北근로자·가족 25만명… 일터 잃어 체제 새 불안 요인으로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16-02-10 23:12
업데이트 2016-02-11 00:5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北·中 경협 따라 중국으로 갈 가능성”

자본주의 맛에 길들여졌다는 점도 고민… 北, 2014년 5월 초코파이 지급 중단 요구

정부가 10일 개성공단 조업 활동을 전면 중단함에 따라 설 연휴를 만끽하던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5만 4000여명은 당장 일터를 잃게 됐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북한 근로자들의 향후 진로에 대해서는 개별 기업들이 알아서 할 일로 우리 정부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며 “현재로서는 이들이 근로를 중단하게 돼 갈 곳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
2013년 9월 17일 북한 개성시 봉동리에 있는 개성공단 내 SK어패럴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모습. 앞서 같은 해 4월 8일 북한의 일방적인 통행 제한 조치로 가동이 중단됐던 개성공단은 8월 14일 남북의 극적인 정상화 합의로 폐쇄 5개월여 만인 9월 16일 재가동되기 시작했다. 서울신문 DB
2013년 9월 17일 북한 개성시 봉동리에 있는 개성공단 내 SK어패럴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모습. 앞서 같은 해 4월 8일 북한의 일방적인 통행 제한 조치로 가동이 중단됐던 개성공단은 8월 14일 남북의 극적인 정상화 합의로 폐쇄 5개월여 만인 9월 16일 재가동되기 시작했다.
서울신문 DB
북한은 개성공단을 통해 연 1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개성 시내 수도와 전기도 공단을 통해 공급받는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개성공단 조업 중단 조치에 따라 개성시 식수 공급 중단뿐 아니라 근로자들과 그들의 가족 20만여명의 생계 문제를 떠안게 된 셈이다. 북한은 9일까지가 설 연휴 기간이지만 개성공단 직원들은 남측과 마찬가지로 10일까지 쉬었다.

무엇보다 북한 당국은 한껏 높아진 북측 근로자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킬 새로운 직장을 알선해야 하는 고민거리를 떠안게 됐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5만여명의 실직자가 북·중 경제협력에 따라 중국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보상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을 경우 ‘고급 직장’을 잃은 개성공단 근로자의 상실감이 김정은 체제에 대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북한은 개성공단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경제개발구를 개발하려 했던 만큼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됨에 따라 외국 기업들이 경제개발구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고 북한의 외자 유치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이미 남한 자본주의의 맛에 길들여졌다는 점도 북한 당국으로서는 고민거리다. 실제로 개성공단은 ‘초코파이’로 대표되는 남측 상품과 자본주의 풍조 유입의 창구 역할을 해 왔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2005년부터 북측 근로자에게 간식용으로 초코파이를 하루 3~4개씩 지급했다. 초코파이 맛에 반한 북측 근로자들은 대부분 이를 먹지 않고 월평균 100개씩 모아 장마당에 내다 팔았다. 초코파이가 현금처럼 거래된 것이다. 대북 소식통은 “초코파이의 경우 쌀 1㎏과 맞바꿀 정도로 장마당에서 인기가 있었다”고 했다.

북한 당국은 남한의 자본주의 물결이 북한 사회에 파급될 것을 우려해 지난해 초코파이를 모방한 북한산 과자 ‘겹단설기’를 만들었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북한 당국은 2014년 5월부터 남측 입주 기업에 초코파이 지급을 중단할 것을 요구해 초코파이는 개성공단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6-02-11 3면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