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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소암 유발’ 존슨앤드존슨 베이비 파우더 … 1명에 627억원 배상

‘난소암 유발’ 존슨앤드존슨 베이비 파우더 … 1명에 627억원 배상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16-05-04 23:02
업데이트 2016-05-05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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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쓴 美 여성 ‘미국판 옥시’ 가해 기업에 징벌적 배상 판결

미국 내 ‘활성가루 소송’ 1200건… 올 2월도 난소암女 821억원 배상
한국도 징벌적 배상제 도입돼야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많은 사망자를 낸 영국계 다국적기업 옥시의 진정성 없는 사과로 우리나라에서도 “징벌적 배상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에서 이와 유사한 사례에 대해 가해 기업의 책임을 엄하게 물은 판결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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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소암 유발’ 존슨앤존슨 베이비 파우더  AP 연합뉴스
‘난소암 유발’ 존슨앤존슨 베이비 파우더
AP 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미국 ABC방송에 따르면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지방법원 배심원단은 발암물질이 들어 있는 존슨앤드존슨 제품을 사용하다 난소암에 걸린 한 여성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존슨앤드존슨이 5500만 달러(약 627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500만 달러가 피해 보상 성격이라면 그 10배인 5000만 달러는 징벌적 손해배상액에 해당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가해자 또는 가해 기업이 악의적으로 죄를 지었다고 판단될 때 실제 보상액보다 훨씬 많은 벌금을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사우스다코타 주에 사는 글로리아 리스테선드(62)는 지난 40년간 탤크(활석) 가루가 들어간 존슨앤드존슨의 베이비 파우더와 여성 위생제품을 사용하다가 난소암 진단을 받았다.

석면의 일종인 활석 가루는 촉감이 부드럽고 수분도 많아 화장품 보습 소재로 널리 쓰였다. 하지만 20여년 전부터 발암 가능성이 큰 물질로 지목되면서 업계에서 논란이 돼 왔다. 탤크 성분이 들어간 베이비 파우더는 생산이 금지됐으며 국내에선 2009년 판매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세인트루이스 법원은 지난 2월에도 존슨앤드존슨 제품을 사용하다 난소암에 걸려 사망한 앨라배마 주 여성 재키 폭스의 유족에게도 존슨앤드존슨이 7200만 달러(약 821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일련의 판결은 활석과 난소암 간 인과 관계가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음에도 내려진 것이라고 ABC는 설명했다. 완벽한 검증이 어렵다 해도 잠재적 위험성이 충분히 감지됐다면 기업은 소비자를 위해 선제적 조치에 나섰어야 했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존슨앤드존슨은 탤크 파우더의 유해성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가 징벌적 손해배상을 맞게 됐다.

활석 가루가 들어간 미국 내 전체 소송은 세인트루이스 지역에서만 1000건, 존슨앤드존슨 본사가 있는 뉴저지 주에서 200건 등 모두 1200건이 법원에 계류돼 있다. 존슨앤드존슨은 활석 가루가 난소암과 직결된다는 확증이 없기 때문에 여성 소비자에게 이를 경고할 필요도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회사 측은 “배심원단의 판결은 지난 30년간 활석의 인체 무해성을 강조해 온 의료 전문가들의 연구와 배치된다”면서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16-05-0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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