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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美 대선 ‘트럼프 리스크’에 미리 대비해야

[사설] 美 대선 ‘트럼프 리스크’에 미리 대비해야

입력 2016-05-04 17:44
업데이트 2016-05-0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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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레이스가 결국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본선에서 맞붙는 구도로 사실상 굳어졌다. 그제 공화당 인디애나 프라이머리에서 패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경선 중도 하차를 선언하면서다. 독단적 공약과 막말로 미 유력 언론으로부터 비토당하다시피 하던 트럼프가 본선 주자로 거의 확정됐다니 놀라운 소식이다. 그는 우리와 관련해서도 “주둔 비용을 늘리지 않으면 주한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언명했다. 이런 이단적 외교 노선이 미국 조야의 보편적 정서와는 동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좋든 싫든 그가 여전히 세계의 경찰국 격인 미국의 대통령이 될 가능성에 미리 대비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고 본다.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는 공화당 내에서도 아웃사이더로 치부되는 인물이다. 그런 만큼 그의 본선 경쟁력을 회의적으로 본 공화당 주류에서 결선투표 형식의 중재 전당대회로 주저앉힐 계획이었으나 이마저 어려워졌다. 이미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앞지르면서다. 엊그제 미 여론조사기관 라무센 리포트에 따르면 트럼프는 41%의 지지율로 39%를 얻은 클린턴을 2% 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극우적 반(反)이민정책과 대규모 대미 무역흑자를 내는 중국을 성폭행범에 비유할 정도로 강력한 보호무역정책을 내걸어 여론주도층의 비판을 받던 그가 대세 후보가 된 것이다. 이는 빈곤과 취업난에 지친 백인 중·하류층이 그를 역선택한 결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런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가 표방한 신고립주의 외교 노선에 공명하는 미 유권자의 비중이 작지 않다는 점에서다. 차기 백악관의 조타수가 누가 되든 미 외교노선의 ‘변침’ 가능성을 상수로 봐야 할지도 모른다. 하물며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는 그간 줄기차게 한·일과 나토 등 동맹국들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펴 왔다. 특히 “한국은 경제 괴물인데 돈은 조금만 낸다”는 식으로 대놓고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했다.

더는 트럼프의 극단적 미국 중심주의 외교를 우리 외교의 사각지대에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트럼프도 막상 당선되면 비현실적인 주장은 상당 부분 거둬들일지도 모른다. 다만 외교의 정석은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해 평소에 꾸준히 공을 들이는 것임을 명심할 때다. 이제부터라도 보험을 든다는 생각으로 아직은 낯선 트럼프 진영의 인맥과 소통 네트워크를 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2016-05-0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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