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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착잡한 55돌 생일상

농협, 착잡한 55돌 생일상

이유미 기자
입력 2016-07-01 22:34
업데이트 2016-07-01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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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회장, 잔칫날 새벽까지 檢 조사받아

기념식 참석한 임직원들 “또…” 우려 표정
‘농업인이 행복한 국민 농협’ 비전 발표속
농협 개혁·구조 개편 등 동력 타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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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중구 충정로 농협중앙회에서 열린 ‘범농협 비전 선포식’에서 김병원(왼쪽 세 번째) 농협중앙회장이 사업부문 대표들과 함께 손뼉을 치고 있다. 왼쪽부터 허식 상호금융 대표, 이상욱 농협경제 대표, 김 회장, 김정식 부회장, 김태환 축산경제 대표,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1일 서울 중구 충정로 농협중앙회에서 열린 ‘범농협 비전 선포식’에서 김병원(왼쪽 세 번째) 농협중앙회장이 사업부문 대표들과 함께 손뼉을 치고 있다. 왼쪽부터 허식 상호금융 대표, 이상욱 농협경제 대표, 김 회장, 김정식 부회장, 김태환 축산경제 대표,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장맛비가 내리던 1일 오전 서울 중구 충정로 농협중앙회 본관 대강당에선 농협 창립 55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단상에 오르자 대강당을 채운 500여명의 임직원이 숨을 죽였다. 55돌 생일상이 차려진 ‘잔칫날’, 김 회장은 새벽까지 검찰에서 고강도 수사를 받았다. 올 초 치러진 회장 선거 때 부정선거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어서다.

평소와 다름없이 아침 8시에 출근한 김 회장이지만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도 ‘농업인이 행복한 국민의 농협’이라는 새 비전을 선포할 땐 일부러 목소리를 한 톤 높여 힘주어 읽어 내려갔다. ‘깨어 있는 농협인(農心), 활짝 웃는 농업인(現場), 함께하는 국민(共感)’ 등 3대 핵심가치도 내걸었다. 검찰 수사로 어수선한 조직 안팎 분위기를 하루 빨리 추스르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김 회장은 농가소득 증대를 위한 종합지원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직원들의 표정에는 착잡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한 직원은 “김 회장을 지지했든 안 했든 또다시 회장 구속 사태가 벌어지면 조직이 크게 망가질 것이라는 우려가 (임직원들 사이에) 크다”고 말했다. 농협은 민선으로 선출된 역대 4명의 회장 중 최원병(4대) 전 회장을 제외한 3명의 회장이 모두 구속된 ‘흑역사’를 지니고 있다. 김 회장은 민선 5대 회장이다.

호남 출신 첫 회장으로서 ‘농협 개혁’을 전면에 내세우며 등장했지만 추진 동력 타격도 불가피해졌다. 농협의 또 다른 관계자는 “비주류인 김 회장이 과거 농협의 구태를 개혁해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김 회장 본인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고 관련자들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도덕성에 적잖이 흠집이 났다”고 안타까워했다.

농협은 내부 과제도 산적해 있는 상태다. 2012년 시작된 사업구조 개편 마무리를 위해 내년까지 중앙회에서 경제지주를 분리해야 한다. 농협금융지주의 조선·해운업 대규모 충당금 문제도 골칫거리다.

앞서 농협법이 개정돼 올해 3월 취임한 김병원 회장부터는 연임이 불가능하다. ‘짧은 임기’(4년) 동안 이 모든 숙제를 처리하기란 녹록지 않아 보인다. 김 회장은 “(농협의) 50년 넘는 역사 동안 외풍에 시달리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며 “이런 때일수록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하자”고 힘주어 말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2016-07-0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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