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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다큐] 거리 나온 비정규직의 ‘꿀잠’을 위하여 ‘지붕이 될게요 그늘이 될게요’

[포토 다큐] 거리 나온 비정규직의 ‘꿀잠’을 위하여 ‘지붕이 될게요 그늘이 될게요’

강성남 기자
입력 2016-07-10 21:54
업데이트 2016-07-10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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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500일 버틴 해고자들… “두 발 뻗을 집 지어 주자” 시민·재야 인사들이 뭉쳤다

‘꿀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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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 노동자의 집 ‘꿀잠’ 건립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건립추진위 회원들이 모금 행사를 위해 정성 들여 만든 상징 조형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비정규 노동자의 집 ‘꿀잠’ 건립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건립추진위 회원들이 모금 행사를 위해 정성 들여 만든 상징 조형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어학사전에 “아주 달게 자는 잠”이라 정의돼 있다. 맛 중 가장 매력적인 단맛을 빌려 표현할 정도로 사람이 포기하기 어려운 삶의 조건이다. 이런 꿀잠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비정규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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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싸움에 나선 삼척 동양시멘트 비정규 노동자가 늦은 밤 공중화장실에서 몸을 씻은 뒤 휴대전화 배터리에 연결해 밝힌 작은 등에 기대어 하루 일과를 정리하고 있다.
거리싸움에 나선 삼척 동양시멘트 비정규 노동자가 늦은 밤 공중화장실에서 몸을 씻은 뒤 휴대전화 배터리에 연결해 밝힌 작은 등에 기대어 하루 일과를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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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배차 시간을 조정해 달라는 늙은 노동자의 요구에 회사는 해고로 답했다. 밝게 웃는 타요버스 캐릭터 너머 늙은 버스노동자의 눈빛이 고단하다.
끼니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배차 시간을 조정해 달라는 늙은 노동자의 요구에 회사는 해고로 답했다. 밝게 웃는 타요버스 캐릭터 너머 늙은 버스노동자의 눈빛이 고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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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열리고 있는 백기완, 문정현의 ‘두 어른’ 전을 찾은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작품 판매 수익은 전액 비정규 노동자의 집인 ‘꿀잠’ 짓기 기금으로 사용된다.
서울 종로구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열리고 있는 백기완, 문정현의 ‘두 어른’ 전을 찾은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작품 판매 수익은 전액 비정규 노동자의 집인 ‘꿀잠’ 짓기 기금으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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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좁은 비닐 움집 안에서 삼척 동양시멘트 노동자들이 바짝 붙어 불편한 잠을 청하고 있다. 이들은 500일을 이렇게 거리에서 지냈다.
비좁은 비닐 움집 안에서 삼척 동양시멘트 노동자들이 바짝 붙어 불편한 잠을 청하고 있다. 이들은 500일을 이렇게 거리에서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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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 노동자의 집 ‘꿀잠’ 건립 기금을 위해 붓글씨와 새김판(서각)을 내놓은 백기완 선생과 문정현 신부가 2인전을 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비정규 노동자의 집 ‘꿀잠’ 건립 기금을 위해 붓글씨와 새김판(서각)을 내놓은 백기완 선생과 문정현 신부가 2인전을 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어학사전에 비정규 노동자는 정의돼 있지 않다. 검색창에 ‘비정규노동자’라고 입력하면 ‘비정규’와 ‘노동자’ 두 단어가 각각 따로 나온다. ‘비정규’는 “정식으로 규정되지 않은 것”이라 정의돼 있다. 정리하면 노동자로 정식 규정돼 있지 않은 사람들이 비정규 노동자다.

이들은 정식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기본적 노동권조차 쉽게 침해받고 존중받지 못한다. 노동권을 지키자면 다른 방법이 없다. 어쩔 수 없이 ‘꿀잠’을 포기하고 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낮에는 지나는 이들의 어색한 눈길을 견디고 밤에는 추위와 더위 그리고 도시의 소음을 견디며 간신히 거리에서 버티고 있다.

서울 광화문에서 멀지 않은 대기업 빌딩 앞에 작은 비닐 움집이 있다. 걸쳐 있는 낡은 현수막이 지난한 시간을 말해 주고 있다. 위장도급 판정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해고된 삼척 동양시멘트 노동자의 500일 된 길거리 집이다. 2명이 눕기도 어려운 공간에 모기장, 빨래 등 살림살이가 어지럽게 있다. 늦은 밤 어두운 움집 안에서 휴대전화 속 가족사진을 보며 잠을 청하던 노동자는 “노숙 투쟁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새벽과 늦은 밤 사람이 없을 때 근처 공중화장실에서 아주 살짝 씻어요. 그때는 정말로 외롭고 힘들고 서러워 많이 웁니다”라며 허탈하게 웃는다.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하는 비정규 노동자도 있다. 시간에 쫓겨 사발면을 가방에 넣고 다니며 일하다 지하철 안전문에 끼여 허무하게 짧은 삶을 마감한 청춘, 운전석에 앉아 김밥으로 끼니를 때울 수밖에 없는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다 해고당한 늙은 노동자가 그들이다.

이들은 고통의 일터에서도 인간적 품위를 지키기 어렵지만 그 처지를 알리려는 거리에서도 어렵다. 찬 바닥에서, 굴뚝 위에서 비정규 노동자들이 간신히 버티고 있다. 잠시 몸을 누일 곳, 깨끗이 몸을 씻을 곳, 따뜻한 밥 한 끼 나눌 곳, 아픈 데 치료받을 곳, 법률 지원과 인권 상담을 받으며 사람으로서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 집 한 채가 절실하다.

그래서 비정규 노동자의 집 ‘꿀잠’을 짓기 위해 사람들이 모였다. 지난해 여름 시작한 모금에 시민, 학생, 노동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벽돌 한 장 보탠다는 마음으로 붓글씨와 새김판(서각)을 내놓은 백기완 선생과 문정현 신부의 ‘두 어른’ 전도 열리고 있다.

그러나 서울의 비싼 집값을 감당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함께 올바르게 잘사는 노나메기 세상을 향한 몸짓으로 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으고 있지만 겨우 목표액 30% 정도 달성했습니다. 연말까지 집을 지을 수 있도록 뛰어다녀야죠”라며 건립추진위 활동가는 모금 계좌가 적힌 선전물을 챙긴다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2016-07-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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