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월요 정책마당] 누리과정 특별회계 안착 힘 모으자/이영 교육부 차관

[월요 정책마당] 누리과정 특별회계 안착 힘 모으자/이영 교육부 차관

입력 2016-10-02 22:54
업데이트 2016-10-03 00:2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영 교육부 차관
이영 교육부 차관
생애주기별 맞춤 교육 서비스가 중요하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생애주기 중에서 교육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시기는 언제일까. 굳이 한 시기를 고르라면 아마 많은 사람이 유아기의 교육을 고를 것이다. 유아교육은 개인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도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유아교육의 효과를 강조해 왔다. 유아기 교육을 위한 다양한 정책도 시행 중이다. 1962년부터 시행된 미국의 ‘페리 프로젝트’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가정의 3~4세 아동 123명을 대상으로 유아교육 참여 그룹과 미참여 그룹으로 구분해 40세까지 종단 연구를 시행했다. 그 결과 두 그룹 간 연평균 소득 차이가 5000달러에 이른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2000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경제학자 제임스 헤크먼은 유아교육의 투자 대비 수익률이 1대8로, 초·중등교육(1대3), 성인교육(1대1)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국가적 수준에서 유아교육 단계에 대한 적극적 개입 필요성도 함께 역설했다.

우리 정부도 유아기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펴고 있다. 대표적인 정책이 ‘누리과정’이다. 누리과정은 만 3~5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공통 교육·보육 과정으로, 2012년 도입됐다. 만 5세 도입 당시 시행령 개정을 통해 어린이집의 유아를 유아교육의 범위에 넣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즉 시·도 교육청의 예산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만 3~4세의 경우 2012년 3월 유아교육법을 개정해 무상교육 기간을 취학 전 3년으로 확대하고 무상교육의 내용과 범위를 시행령에 명시했다. 국회에서도 서민자녀에 대한 무상교육·보육 기회 확대 취지에서 법률 개정에 협조했다. 2015년부터는 교부금에서 3~5세 누리과정 지원비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3개 교육청이 올해 어린이집 예산 편성을 거부하는 등 누리과정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논쟁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유치원이 아닌 어린이집에 다니는 3~5세 아동을 시·도 교육청의 재원인 교부금으로 지원할 수 있느냐 하는 법적인 문제다. 정부는 누리과정 도입 당시 법률로 무상 유아교육의 기본적인 사항을 정하고 세부적인 사항을 시행령에 위임했기 때문에 적법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014~2015년 재정에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시·도 교육청 가운데 일부 교육청이 누리과정 지원의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1~3년 뒤에 똑같이 초등학생이 될 아이들을 유치원에 다니는지, 어린이집에 다니는지로 차별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둘째는 재정적 문제다. 누리과정을 도입하는 시기에 재정 여건이 어려워지다 보니 교육청의 채무가 증가했다. 초·중등 교육에 대한 투자도 약화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재정상 어려움은 교육청뿐만 아니라 중앙정부 또는 국가 차원에서 함께 겪는 문제다. 특히 올해부터는 시·도 교육청의 재정 여건이 나아졌고 지난해 39조 4000억원이던 교부금이 내년에는 45조 9000억원으로 대폭 증가한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교육청의 견해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국민의 걱정과 피로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교육정책 지원 특별회계’의 설치를 제안했다. 2017년 예산부터 국세 세목 중 하나인 교육세를 재원으로 특별회계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누리과정처럼 꼭 필요한 예산을 안정적으로 지원한다는 취지다. 특별회계가 현행 교부금 재원인 교육세를 재원으로 하기 때문에 지방교육재정의 총량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문제제기도 있지만, 교부금은 국세 수입의 일정률(20.27%)로 연동해 증가하는 구조임을 고려해 달라.

누리과정이 도입되면서 0~5세 영유아에 대한 교육·보육 예산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권고기준인 전체 국가 예산의 1%를 넘어섰다. 다른 나라들도 우리 정부의 영·유아교육에 대한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별회계 설치로 교육이 개인의 발달과 사회통합의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2016-10-03 25면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