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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병자 돌보고도… 봉사에 목마르다는 수녀님

22년 병자 돌보고도… 봉사에 목마르다는 수녀님

이범수 기자
이범수 기자
입력 2016-10-28 18:10
업데이트 2016-10-28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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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 테레사’ 요셉의 집 김옥순 수녀

“봉사를 좀 ‘양껏’하고 싶더라고.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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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순 수녀
김옥순 수녀
지난 27일 서울 도봉구 도봉산 끝자락에 있는 ‘요셉의 집’. 22년간 늙고 병든 사람들 곁을 지켜 온 김옥순(75·세례명 데레사) 수녀가 수줍게 웃었다. ‘요셉의 집을 직접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는 기자의 물음이 나온 직후였다. 젊은 시절 성북구 성가복지병원의 간호사로 노인 환자를 20년간 돌봤지만 그걸로는 부족해 봉사할 공간을 직접 마련한 것이다.

요셉의 집은 1994년 도봉구 방학2동 2층짜리 단독주택을 월세로 빌려 시작했다. 2001년에는 독지가들의 도움을 받아 지금의 2층 통나무집으로 왔다. 그동안 갈 곳 없고 몸이 아픈 353명의 사람이 죽음을 맞았다. 이들이 눈을 감을 땐 김 수녀가 항상 옆에 있었다. 현재는 치매, 지적장애를 앓는 노인 13명이 거주 중이다. 대부분은 가족도 없다. 김 수녀는 “요셉의 집은 ‘임종의 집’이다. 임종 환자들이다 보니 24시간 항상 긴장하며 노인들 손을 잡고 잠들고는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곁에 있던 지적 장애인 심모(66) 할아버지가 신경 쓰이는 듯 김 수녀는 흘긋흘긋 옆을 쳐다봤다. 김 수녀는 “얘가 우리 집에 온 지 20년이 됐다. 지금은 나와 할머니들의 ‘보디가드’ 역할 담당”이라고 자랑스레 소개했다. ‘얘’라는 김 수녀의 호칭에 심 할아버지는 ‘엄마’ 하고 다정히 불렀다. 환자들이 모인 곳이라고는 상상 못할 만큼 집에는 웃음과 따뜻함이 넘쳤다.

문득 가슴 한쪽이 저려오는 순간도 있다. 떠나간 노인들에게 원하는 걸 양껏 못해 줬다는 생각이 떠오를 때다. 김 수녀는 “돌아가신 노인들이 ‘부침개를 해 달라’, ‘불고기를 해 와라’ 했는데 사정이 어려우니 못해 줬다. 그게 그렇게 신경 쓰이고 가슴 아프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런 김 수녀의 마음 씀씀이는 본인의 대변을 손으로 주물러 던지고, 욕을 했던 노인들의 변화를 가져왔다.

지난 세월 주변의 도움도 컸다. 인천의 한 신부가 2001년 요셉의 집을 지을 수 있도록 80평의 땅을 기부한 게 대표적이다. 도봉경찰서는 1994년부터 20년간 연을 맺고 무슨 일만 생기면 뛰어올 정도다. 자발적으로 찾아와 노인들의 목욕을 책임지는 자원봉사자도 있다. 이날 방문한 요셉의 집 앞에는 한 기업이 기부한 주방 세제들이 가득 쌓여 마음을 든든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김 수녀는 “야산 같은데 넓은 땅이 있으면 가건물이라도 지어서 나이, 질병 상관없이 길에서 죽는 사람들 데려다가 봉사하고 싶다”고 가슴속 품은 간절한 ‘희망’을 꺼내 놨다. 수십년간의 봉사도 양에 차지 않은 걸까. ‘도봉산 데레사’는 ‘빈자(貧者)의 성녀’ 테레사 수녀의 길을 한 걸음씩 따라가고 있다.

글 사진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2016-10-2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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