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이주의 어린이 책] 우리의 행복한 소비에 가려진 희생양 이야기

[이주의 어린이 책] 우리의 행복한 소비에 가려진 희생양 이야기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입력 2016-10-28 17:52
업데이트 2016-10-28 17:5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멋진 하루/안신애 글·그림/고래뱃속/52쪽/1만 3000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어쩌면 “나 이만큼 쓰면서 산다”는 증언인지도 모르겠다. 온갖 살거리와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한 곳에 집약된 거대한 쇼핑몰은 한 번 잠기면 나오기 힘든 소비의 늪이고 말이다.

결이 놀랍도록 보드라운 모피 코트, 호화로운 악어 가죽 백, 바르면 금테라도 두를 듯한 고가의 화장품 등을 수집한다. 식당에서는 선홍빛 살에 기름이 흐르는 참치회를 한 점 입에 넣는다. 아쿠아리움에서는 돌고래들의 기특한 묘기를, 쇼핑몰 로비에서는 원숭이들의 장난기 넘치는 재주를 구경한다.

소비의 늪에서 먹고 사고 구경한 모든 것들은 SNS에 자랑스레 전시된다. 온라인 속 이웃들은 ‘좋아요’를 겹겹으로 눌러대고 “품격이 느껴진다”, “아이들이 좋아하겠네”, “나도 갖고 싶다” 등의 답글 행진으로 추임새를 넣는다. “이만큼 멋지게, 이만큼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자랑에 흥이 더해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우리가 ‘행복’이라고 이름 붙인 수많은 ‘소비’의 순간의 뒷장을 넘겨 보면 참혹한 장면들이 하나씩 자리하고 있다. 화장품 실험 때문에 동원된 토끼들은 눈꺼풀이 강제로 열린 채 눈에 화학 약품을 맞고 고통스러워한다. 밍크들은 족쇄에 거꾸로 매달려 산 채로 가죽을 잃고 만다. 마트 선반에 정돈된 모습으로 올라가기 위해 돼지들은 송곳니와 꼬리가 잘린 채 강제로 임신과 출산을 거듭해야 한다. 우리에겐 ‘멋진 하루’를 위해, 우리에겐 미덕인 소비를 위해, 죽어가고 고통받는 생명체들이 있음을 아프게 일러 주는 책이다. 초등 저학년 이상.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6-10-29 19면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