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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육식 공룡 T렉스가 뺨 부비며 사랑 표현?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육식 공룡 T렉스가 뺨 부비며 사랑 표현?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17-04-04 18:04
업데이트 2017-10-24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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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턱 따라 많은 비늘·구멍 “얼굴이 손끝 같은 감각기관”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보게 됩니다.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공룡을 좋아한다는 겁니다. 공룡의 학명까지 줄줄 외는 것도 봅니다. 그러다가 여자아이들은 인형과 악기, 남자아이들은 총이나 자동차 등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것들이 달라집니다.
육식공룡의 제왕으로 알려진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는 코와 턱 주변에 미세한 감촉을 느낄 수 있는 혈관과 신경이 있어 자신의 얼굴을 사람의 손가락 끝처럼 촉각을 느끼는 도구로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유타대 제공
육식공룡의 제왕으로 알려진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는 코와 턱 주변에 미세한 감촉을 느낄 수 있는 혈관과 신경이 있어 자신의 얼굴을 사람의 손가락 끝처럼 촉각을 느끼는 도구로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유타대 제공
육식공룡의 제왕으로 알려진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는 코와 턱 주변에 미세한 감촉을 느낄 수 있는 혈관과 신경이 있어 자신의 얼굴을 사람의 손가락 끝처럼 촉각을 느끼는 도구로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유타대 제공
육식공룡의 제왕으로 알려진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는 코와 턱 주변에 미세한 감촉을 느낄 수 있는 혈관과 신경이 있어 자신의 얼굴을 사람의 손가락 끝처럼 촉각을 느끼는 도구로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유타대 제공
아이들이 공룡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몇몇 심리학자들은 공룡의 크기와 생김새, 현존하지 않는 생물이라는 이유 때문에 공룡에 열광한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다양하고 기괴한 생김새, 동물원에서 볼 수 없는 생물체라는 점이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것입니다.

수많은 공룡 중 아이들이 가장 열광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육식공룡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일명 T렉스입니다. ‘폭군 도마뱀’을 의미하는 T렉스는 6700만년 전에서 6500만년 전인 후기 백악기에 살았던 가장 강력한 포식자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육식동물 중 가장 덩치가 크고 잔인했던 T렉스의 짝짓기는 아직까지 풀지 못한 T렉스 관련 수수께끼 중 하나였습니다.

●T렉스 조상뻘 공룡 얼굴뼈 화석 발견

최근 미국 위스콘신 카르타고 칼리지, 몬태나주립대, 루이지애나주립대 등이 참여한 공동연구진은 T렉스가 어떻게 짝을 찾아 짝짓기에 성공했을까를 알려 주는 단서를 찾아 기초과학·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3월 30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에서 T렉스는 ‘피에 굶주린 괴물’(Bloodthirsty chomp-monster)이 아닌 ‘예민한 사랑꾼’(sensitive lover)이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옵니다.

연구진은 미국 몬태나 주에서 7500만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화석을 발견했습니다. T렉스 조상뻘인 공룡의 얼굴뼈 화석입니다. ‘다스플레토사우루스 호네리’라고 명명된 이 공룡은 T렉스와 크기와 무게가 비슷한 육식공룡이었다고 합니다.

●악어처럼 촉각 느끼고 온도 변화 감지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육식공룡의 얼굴이 손가락 끝이나 피부같이 촉각을 느끼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또 T렉스의 학명에는 ‘도마뱀’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실제로는 도마뱀보다는 입술이 없는 악어와 비슷한 형태였을 것이라는 추정입니다. 연구진은 화석에서 비늘이 붙은 피부조직 일부와 주둥이와 턱을 따라 나 있는 수십개의 작은 구멍을 발견했습니다. 이것으로 미뤄 육식공룡의 얼굴에는 악어처럼 촉각을 느끼는 비늘이 덮여 있고 작은 구멍들 사이로 수백개의 신경과 혈관이 지나갔을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이것으로 미묘한 온도변화를 알아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물을 구분하는 데 쓰는 일종의 감각기관 같은 구실을 했다는 것이지요.

얼굴이 사람 손가락처럼 민감했고 그에 따라 섬세한 동작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뾰족하고 30㎝가 넘는 이빨을 가진 T렉스가 자신의 알과 새끼를 이빨로 물어 이동시키거나 짝짓기 전에 상대에게 얼굴을 비벼대거나 살짝 깨물며 구애를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초식동물을 잔인하게 뜯어먹으며 입 주위를 피칠갑한 렉스의 모습을 떠올리면 새로운 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중들은 물론 고생물학자들도 T렉스를 포식자나 약탈자의 면모만 보고 있었는데 이번 연구에선 일상의 모습도 엿보입니다.

이번 연구결과를 보면서 문득 타인에 대한 시선을 생각하게 됩니다. 눈으로 보이는 모습이 아닌 우리가 보지 못하는 이면을 알게 되면 타인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이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칩니다.

edmondy@seoul.co.kr
2017-04-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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