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길섶에서] 지하철 멍때리기/황성기 논설위원

[길섶에서] 지하철 멍때리기/황성기 논설위원

황성기 기자
황성기 기자
입력 2017-04-10 22:36
업데이트 2017-04-11 00:3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평일 오전 8시 전후의 출근길 지하철은 콩나물시루 같다. 시루 속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 않는 승객을 찾기란 쉽지 않다. 손에 스마트폰이 없다 싶으면 일상의 고단함을 잠시라도 쫓으려 눈을 감고 있거나 책을 읽는 사람이지만 눈을 씻고 봐야 할 만큼 극소수다. 운신조차 힘든 차 안에서 스마트폰 공간을 확보하려는 몸짓은 필사적이다. 좌우 앞뒤의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그 와중에도 게임에 빠진 이들을 보면 놀랍다.

1970년대 중·고등학생 시절의 등굣길 버스도 만원이 아닌 적이 없었다. 요새 같으면 무리하게 승차를 하지 않고 다음 차를 기다리지만, 그 시절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올라탔다. 비록 몸은 이리 눌리고 저리 치여 괴로웠어도, 힘겨운 통학을 잊으려 온갖 쓸데없는 생각들로 머릿속을 채웠다.

무의식 중에 주머니나 가방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드는 내 모습에 깜짝 놀라곤 한다. 움직일 공간이 충분한데도 스마트폰 없이 편안한 얼굴로 뭔가를 생각하는 듯한 젊은 사람을 보면 신기하기까지 하다. 스마트폰을 잠시 잊고 멍때려 보자 다짐하건만 쉽지 않다.
2017-04-11 31면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