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명 음주운전 무죄’로 다시 보는 ‘위드마크 공식’

입력 : 2017-04-21 18:14 ㅣ 수정 : 2017-04-2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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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엄격한 法기준”… 경찰도 “뺑소니 악용 우려”
음주운전 중 사고를 낸 뒤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방송인 이창명(47)씨가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경찰의 고심이 커졌다. 이씨에게 적용한 ‘위드마크 공식’을 이번에도 법원에서 인정해주지 않아서다. 법원은 증거원칙주의를 준용하기 때문에 운전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를 ‘추정’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인정하는 데 엄격하다. 경찰은 음주운전을 하고도 도망치면 혐의를 벗을 수 있다는 잘못된 통념이 확산될까 우려된다며 법원 판결에 불만을 나타냈다.

●운전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 ‘추정’하는 공식

지난 20일 서울남부지법은 이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이씨가 사고 조치를 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면서도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이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제출한 이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 0.148%(면허취소 기준 0.1%)에 대해 “추정치일 뿐 이를 바탕으로 형사사고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위드마크 공식은 스웨덴 생리학자 위드마크가 만든 것으로, 통상 시간당 알코올 분해도가 0.008~0.030%라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혈중 알코올 농도를 역으로 추산하는 방식이다.

●1986년 도입했지만 법원의 유죄 인정 드물어

경찰은 1986년 위드마크 공식을 도입했지만 법원에서 유죄 증거로 인정된 경우는 드물다. 2003년 4월 대법원이 위드마크를 증거로 인정한 판례도 있으나 당시엔 피고인에게서 술 냄새가 많이 나고 취한 상태였다는 등의 관련 증언이 뒷받침됐다.

이번 이씨에 대한 무죄 선고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21일 “법원이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번 무죄 판결로 모방범죄 등에 대한 우려도 있다”며 “특히 인명피해가 있는 음주운전 사고의 경우 운전자가 도주하면 부상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위드마크 공식에 대해 보다 폭넓은 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은 “음주단속을 하다 보면 음주측정을 거부하거나 차를 세워두고 도망가는 경우도 있다”며 “대부분 바로 잡기는 하지만, 이런 시도조차 하지 못하도록 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음주운전 처벌 기준 낮추는 게 현실적 대안”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는 “음주운전자가 현장에서 도주한 뒤 술이 깬 상태에서 음주측정을 하면 혈중 알코올 농도로는 사실상 혐의 입증이 불가능하다”며 “음주운전 처벌 기준을 혈중 알코올 농도 0.05%에서 0.03% 정도로 낮춰 음주운전자가 도주 등으로 인해 법망을 빠져나갈 확률을 줄이는 것 정도가 지금으로서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2017-04-2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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