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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대 큰 文 대통령의 소통과 탈권위

[사설] 기대 큰 文 대통령의 소통과 탈권위

최광숙 기자
최광숙 기자
입력 2017-05-12 22:22
업데이트 2017-05-12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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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소통과 탈권위 행보가 화제가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틀째인 그제 청와대 식당에서 경호원의 도움을 마다하고 스스로 양복저고리를 벗고, 청와대 비서진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했다. 식사 후에는 셔츠 바람으로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비서진과 함께 청와대 경내를 1시간여 산책했다. 사실 왕조시대도 아닌 4차 혁명을 논하는 지금 이런 대통령의 모습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밥자리에 청와대 수석이 아니라 총무비서관까지 같이 ‘겸상’을 했다고 언론에서 떠들썩하게 보도하고, 국민들도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슬픈 이야기다.

그동안 전직 대통령들과 국민들 사이에는 절대 메워지지 않는 심리적, 물리적 간격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국민의 표를 먹고 산다는 정치인 출신 대통령들도 하나같이 청와대에 들어가면 경호 등의 이유로 국민과 높은 담을 쌓고 지내 왔다. 그러니 문 대통령이 취임 첫째 날부터 일정을 구체적인 시간과 함께 공개하고,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사저에서 나와 청와대로 향하는 출근길에 주민을 보고 차에서 내려 같이 사진도 찍는 소탈한 모습에서 보여 준, 전임 대통령과 다른 파격적인 소통 방식이 새롭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친근한 경호, 열린 경호, 낮은 경호’를 강조했다고 하니 앞으로 시민들이 우연히 대통령을 광화문광장에서 만날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 문 대통령의 격의 없는 행동들은 지근거리에서 자신을 보좌하던 청와대 수석 등과 1년이 넘도록 독대하지 않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말도 없이 레이저 눈빛을 쏘았다는 전임 대통령의 ‘불통’과 비교하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집무도 본관 집무실이 아닌 비서진이 있는 여민관에서 한 것도 잘한 일이다. 하지만 이는 ‘비정상의 정상화’일 뿐이다. 역대 정권 초기 대부분의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국민을 섬기겠다”고 한 대통령도 있었고, “ 국민을 행복하게 해 주겠다”는 대통령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초심을 잃고 권력이라는 옷에 점차 익숙해지면서 결국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문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소통의 행보가 정권 초 보여주기식 ‘쇼’로 비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미지 정치로는 잠깐 국민의 마음을 살 수는 있겠지만 결코 새 정부의 성공과 직결되지는 않는다. 경제·안보 위기에 국민이 진짜 원하는 것은 소통의 리더십이 국정 운영의 동력으로 작용해 무너진 나라를 바로 세우는 능력 있는 대통령이다.
2017-05-1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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