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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의 한수 ‘지분투자 제휴’…도시바 2차입찰 참여

최태원의 한수 ‘지분투자 제휴’…도시바 2차입찰 참여

입력 2017-05-19 16:47
업데이트 2017-05-1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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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시바(東芝)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문 인수전에 나선 SK하이닉스가 전면 인수 대신 ‘지분 투자를 통한 제휴’ 전략을 택했다.

단순한 기업 인수 대신 SK하이닉스나 도시바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내놓은 비장의 한 수로 풀이된다.

19일 반도체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이날 마감된 도시바 반도체 매각 2차 입찰에 SK하이닉스는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널과 함께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이날 공시를 통해 “도시바로부터 분할되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경영권 지분 인수와 관련해 컨소시엄 파트너와 함께 최종 입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컨소시엄 파트너가 바로 베인캐피털인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베인캐피털이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운 뒤 도시바 반도체의 지분 51%를 취득하고 나머지 지분은 도시바가 그대로 보유하도록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는 이 SPC에 일정 부분 투자를 하는 형태로 참여하게 된다. 이렇게 하면 도시바를 직접 인수하는 방식이 아니어서 반독점 규제도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가 SPC에 투자할 지분이 얼마나 될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다만 SPC의 전체 투자 규모가 1조엔(10조1천억원)을 조금 넘는 액수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당초 도시바가 기대한 ‘2조엔 또는 그 이상’에는 못 미치는 것이다. 하지만 지분 전량 매각이 아닌 데다 이 금액이면 원전 사업으로 생긴 부채를 해소할 수는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베인캐피털은 특히 일본 관민펀드인 산업혁신기구에도 소액주주로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를 타진할 계획이다. 외국 기업으로의 기술 유출에 대한 일본 정부와 여론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방편이다.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의 제안은 도시바를 통째로 인수하기보다는 도시바의 재무적 투자자가 되면서 도시바와의 기술제휴로 낸드플래시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시장의 급팽창 속에 기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낸드플래시 시장을 SK하이닉스와 도시바의 협업과 제휴로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베인캐피털의 경우 약 2년 뒤 도시바 메모리(가칭)을 도쿄 증시에 상장함으로써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노리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분석했다.

또 도시바도 SK하이닉스와의 기술제휴가 가져다줄 성장 잠재력을 노릴 수 있다.

베인캐피털은 도시바의 오랜 협력 파트너였지만 이번 매각전에서 독점협상권을 요구하다 사이가 틀어진 미국 반도체 업체 웨스턴 디지털(WD)과도 이 제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인은 일본 정부와 도시바에 미에현 욧카이치에 있는 도시바의 반도체 제조설비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결국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의 제안은, 저마다 셈법이 다른 이번 사업 매각에서 모든 참여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윈윈’의 묘수를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도시바와 협업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 회장은 당시 “단순히 기업을 돈 주고 산다는 개념을 넘어 조금 더 나은 개념에서 워치(예의주시)해보겠다”고 했는데 이번 제안은 이런 고민의 산물인 셈이다.

이 제안대로라면 도시바는 알짜 사업인 반도체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서 원전 사업 부실로 인한 적자를 메울 수 있다. SK하이닉스와의 기술제휴도 덤으로 얻는다.

일본 정부로서는 국가 핵심산업인 반도체와 관련 기술을 외국 기업에 통째로 넘기지 않을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메모리 전면 인수에 따른 자금 부담과 리스크를 줄이면서 기술제휴의 길을 열 수 있다. 반독점 규제도 피해갈 수 있다.

남은 것은 도시바와 일본 정부의 선택이다. 도시바는 베인캐피털-SK하이닉스 컨소시엄 외에도 브로드컴-실버레이크,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산업혁신기구로부터 2차 입찰을 받은 상태다.

도시바로서는 이들이 저마다 내놓은 제안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선택지를 뽑아들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의 제안은 자금 마련을 위해 불가피하게 반도체 사업을 매각해야 하지만 핵심기술의 외국유출을 피하고 싶은 도시바와 일본 재계의 고민을 여러모로 살핀 것”이라며 “도시바도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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