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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지구온난화와 지도자/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지구온난화와 지도자/최광숙 논설위원

최광숙 기자
최광숙 기자
입력 2017-06-04 17:42
업데이트 2017-06-05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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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아프리카 수단 내 인종학살 참사는 표면적으로는 민족 갈등이 원인이었지만 저변에는 기후변화가 분쟁의 씨앗이 됐다. 과거 목축을 하던 북부 아랍계와 농사를 하는 남부 기독계 흑인들은 평화롭게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기후변화로 수단 남부에서 심각한 가뭄이 발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식수가 넉넉해 북부 사람들이 가축을 몰고 남쪽으로 내려와 물도 먹고 풀을 뜯어 먹어 너그럽게 봐주던 남부 농민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기후변화가 양측의 대립을 가져오면서 내전으로 비화된 것이다. 2007년 6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이 같은 내용을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했다.

반 전 총장의 가장 큰 업적은 파리기후협약이라고 평가받을 정도로 그는 재임 10년 동안 기후변화 문제에 열과 성을 다했다. 반 전 총장의 조용하고도 끈기 있는 리더십이 없었다면 2015년 12월 195개국이 동참하는 파리기후협약은 성사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역시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신성장 동력으로 ‘녹색성장’을 내세우며 파리기후협약 체결에 앞장서 왔다. 올해 1월 퇴임을 앞두고 그의 ‘거스를 수 없는 청정 에너지의 추세’라는 제목의 논문이 미국의 저명한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렸다. 이 논문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의 배출이 이대로 증가한다면 2100년쯤 전 지구 평균기온이 4도 이상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로 시작된다.

보통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하고, 이는 경제성장을 저해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는 정반대의 결과를 증명했다. 자신의 재임 기간 중 2008년부터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실시해 2015년까지 에너지 산업 분야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5% 줄였다고 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미국 경제는 침체하지 않고 오히려 1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는 이를 근거로 청정 에너지가 환경과 기업, 모든 인류를 위해 봉사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오바마가 논문을 쓴 것은 석유, 석탄산업계와 가까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청정 에너지 정책을 ‘퇴출’시킬 것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의 불길한 예감은 트럼프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선언으로 현실이 됐다. “기후변화는 미국의 사업을 방해하려는 중국의 사기극”이라는 트럼프의 황당한 주장과 그의 행보에 전 세계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인류의 미래를 저버리는 그에게서 지도자의 책임감을 찾을 수 없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7-06-0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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