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다큐] 할 수 있다, 살 수 있다

입력 : 2017-07-16 17:28 ㅣ 수정 : 2017-07-17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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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시간째 당직 근무 중 들어온 피투성이 교통사고 환자…“더 빨리” “긴장해” 오늘도 죽음과 맞선다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24시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외상소생실(T-Bay)에서 10여명의 당직 의료진이 교통사고를 당해 119 구조대에 의해 실려온 환자를 CPR(심폐소생술)을 하는 등 조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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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외상소생실(T-Bay)에서 10여명의 당직 의료진이 교통사고를 당해 119 구조대에 의해 실려온 환자를 CPR(심폐소생술)을 하는 등 조치를 하고 있다.

뒤축이 구겨진 신발 몇 켤레와 갖가지 물건들이 너저분하게 널려 있고 침대 겸용으로 사용하는 작은 소파가 놓인 방 한쪽에 쪽잠을 잔 듯 눌린 머리를 하고 전화를 받고 있는 의사가 앉아 있다. 전화는 아내로부터 온 퇴근 재촉 전화였다. 전날 새벽부터 다음날 저녁까지 36시간째 당직 근무를 서고 있는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의 한 교수 사무실 풍경이다.

헬멧과 플라이트 서전(Flight Surgeon)이라고 적힌 형광 점퍼를 착용한 의료진이 시동을 켠 채 대기 중인 경기소방재난본부 헬기로 급하게 뛰어오른다. 경기 안산의 한 병원에 있는 교통사고 환자를 향해 날아가는 동안 구급대원들에게 환자의 상태를 전달받고 환자를 맞이할 채비를 한다. 출발 10분 만에 외상환자가 있는 병원에서 환자를 인계 받은 후 외상센터로 이동하는 동안 헬기 안에서 응급조치가 이루어진다.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의 응급출동 모습이다.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허요 교수의 진료복 뒤에 새겨진 외상센터 마크가 몸을 아끼지 않고 환자를 돌본 의료진처럼 많이 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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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허요 교수의 진료복 뒤에 새겨진 외상센터 마크가 몸을 아끼지 않고 환자를 돌본 의료진처럼 많이 해어져 있다.

온몸이 피로 젖은 환자가 구급대에 의해 외상소생실(T-Bay)로 들어오자 당직팀 3명의 외과의사를 비롯한 10여명의 의료진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환자는 술에 취해 걷다가 유리창으로 넘어져 왼쪽 팔의 4분의3이 절단된 상태였다. 출혈이 심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수혈과 응급조치를 한다. 그리고 바로 수술실에서 혈관을 찾아 지혈을 하는 결찰(結紮)수술이 이루어졌다. 환자를 맡은 외상센터 허요 교수는 “출혈이 심해 조금만 늦었어도 생명을 잃을 뻔했다”고 안도했다. 이 모든 조치는 환자가 이송된 지 30분도 되지 않는 동안 이루어졌다. 자정을 훌쩍 넘긴 새벽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T-Bay의 모습이다.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이국종(왼쪽) 소장이 수술실에서 환자 보호자에게 수술 경과가 좋다는 이야기를 하자 보호자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기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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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이국종(왼쪽) 소장이 수술실에서 환자 보호자에게 수술 경과가 좋다는 이야기를 하자 보호자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기뻐하고 있다.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이국종 소장이 장시간의 수술을 마치고 피가 묻은 발과 신발을 식염수로 닦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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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이국종 소장이 장시간의 수술을 마치고 피가 묻은 발과 신발을 식염수로 닦고 있다.

“이러게이션(Irrigation·세척을 위한 식염수 붓기)! 더 빨리! 패킹(Packing·거즈) 더! 더! 정신 안 차려. 긴장해.” 고성이 오가며 8명의 의료진이 정신없이 움직이고 바닥은 식염수와 함께 흘러나온 핏물로 흥건하다. 이런 긴장과 분주함은 4시간 동안 이어졌다. 교통사고로 장기가 많이 손상된 환자의 3차 수술을 집도한 이국종 소장은 수술하는 시간 동안 단 한 번의 자리 이동도 없이 수술을 이어갔다. 새벽 1시부터 5시까지의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수술실 모습이다.

“선생님만 믿습니다. 교수님 짱이에요. 감사합니다”라고 울먹거리며 감사함을 표하는 환자 보호자를 이 소장이 “이제 좀 쉬세요”라고 말하며 안심시킨다. 터덜터덜 지친 발걸음으로 이 소장이 다시 중환자실로 향하자 환자 보호자는 가족들의 손을 잡으며 희망의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다.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내 보호자 대기소의 모습이다.
구급대원들이 외상환자를 T-Bay로 이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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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급대원들이 외상환자를 T-Bay로 이송하고 있다.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이국종 소장이 장시간의 수술을 마치고 허리를 두드리며 환자 가족들에게 결과를 알려 주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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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이국종 소장이 장시간의 수술을 마치고 허리를 두드리며 환자 가족들에게 결과를 알려 주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취재를 위해 머문 6일 동안 지켜본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는 그야말로 죽음과의 전쟁터였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음의 경계까지 가버린 환자들을 의료진이 모든 힘을 쏟아 삶의 구역으로 다시 끌어당기고 있는 현장이었다. 이 소장은 “권역외상센터는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망”이라고 말한다. 외상은 우리나라 44세 이하 젊은층에서 사망 원인 1위로 꼽힌다. 하지만 외상은 사고 발생 1시간 이내(골든아워)에 적절한 조치만 이루어지면 생명을 건질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상센터에 대한 인식의 부재와 적절한 시스템을 갖춘 외상센터의 부족 그리고 외상센터 전문인력의 부족으로 아직 우리나라의 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은 35%로 선진국보다 두 배로 높다. 선진국과 비교해 두 배의 외상환자가 살 수 있는데도 사망하는 것이다.

“We are here We are waiting(우린 여기 있고 우린 기다린다).”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벽에 붙어 있는 문구다. 그들은 힘든 근무 여건에서도 환자를 살리기 위해 인간 영역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기 위해 그곳에서 24시간 기다리고 있다.

글 사진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용어 클릭]

■권역외상센터 365일 24시간 중증외상환자에게 병원 도착 즉시 응급수술 등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시설, 장비, 인력을 갖춘 국가지정 의료시설이다. 2012년 5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이 설립 근거가 되어 2016년까지 16곳이 지정되었고 9곳이 개소해 운영되고 있다.

■외상환자분류지침(trauma field triage protocol)

-성인 6m 이상, 소아 3m 이상에서 낙상

-32km/h 이상 속도의 자동차, 이륜차 등과의 충돌

-관통 또는 자상

-두 개 이상의 근위부 긴뼈 골절

-구급대원의 판단에 의한 이송
2017-07-1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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