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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공판 무차별 재사용땐 시한폭탄… 8단계 검사는 필수죠”

“복공판 무차별 재사용땐 시한폭탄… 8단계 검사는 필수죠”

김동현 기자
김동현 기자
입력 2017-07-19 18:16
업데이트 2017-07-1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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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복공판 관리공장 가보니

“한 번 쓴 복공판은 반드시 안전검사를 하고 재처리해 사용합니다. 그냥 쓰면 도심에 시한폭탄을 설치한 것과 같으니까요.”(히로세철강 오야마 야스히코 부공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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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의 히로세철강에서 직원이 건설 현장에서 돌아온 복공판을 눈으로 검사하며 재사용 여부를 판별하고 있다.
일본 오사카의 히로세철강에서 직원이 건설 현장에서 돌아온 복공판을 눈으로 검사하며 재사용 여부를 판별하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 일본 히로세철강 오사카 공장. 건설현장에서 돌아온 복공판(覆工板·도로나 지하철 공사 등을 할 때 지상 위로 자동차가 지나가도록 도로에 설치하는 철제품)과 토목빔으로 쓰인 H빔 형강이 가득 쌓여 있었다. 이 제품들은 일본 중가설제협회의 기준에 따라 안전성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것들이다. 오야마 부공장장은 “1년에 약 200만개의 복공판과 H빔 형강을 정비해 건설현장에 다시 공급한다”면서 “안전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총 8단계에 걸쳐 검사와 정비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1년에 한번 비파괴 검사까지 진행

이 공장에 들어온 복공판은 먼저 육안으로 휘어짐이나 구멍이 없는지 검사를 받는다. 다시 기계로 제품의 두께와 강도를 확인한다. 강도가 약해진 제품은 폐기하고, 1년에 한 번 가장 상태가 안 좋은 제품을 골라 비파괴검사를 한다.

때마침 히로세철강으로부터 복공판을 납품받고 있는 세이와건설 오고우 쇼지 사장이 공장을 방문해 작업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복공판과 H빔 형강은 건설현장에서 중장비를 지탱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품질이 낮으면 대형 사고가 날 수 있다”면서 “가끔씩 이렇게 찾아와 관리 상황을 직접 지켜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지난해 4월 전북 부안의 하수도 공사장에서 복공판이 무너지며 인부 1명이 사망했고, 2010년 9월 서울 여의도에선 덤프트럭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복공판이 붕괴해 작업자 5명이 목숨을 잃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복공판 접지력 약화로 발생하는 공사장 주변의 교통사고 등을 합하면 실제 피해는 훨씬 크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차원 가설재 기준 필요”

이유는 뭘까. 일단 제품안전 기준부터 낮다. 우리나라의 경우 복공판이 아래로 5㎜ 휘어질 때 최소 13.44t의 무게를 견디면 합격 판정이다. 하지만 일본은 지난해 시속 80㎞에서 20t의 무게를 견디면 합격이던 기준을 25t으로 올렸다. 오고우 사장은 “중장비의 크기가 커진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허술한 관리도 문제다. 2015년 경찰은 1만 4000여개의 불량 복공판을 김포도시철도와 인천~김포 민자고속도로, 부산 천마산터널 등 전국 14개 대형 건설현장에 공급한 일당을 검거한 바 있다. 비용을 낮추기 위해 값싼 중국산이나 노후한 중고품을 사용한 것이다. 이명재 중앙대 건축학부 교수는 “민간에만 맡기면 비용을 핑계로 기준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가설재 기준을 새로 마련하고, 점검과 관리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오사카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2017-07-2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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