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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오독(誤讀)의 악순환/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오독(誤讀)의 악순환/황성기 논설위원

황성기 기자
황성기 기자
입력 2017-07-20 20:48
업데이트 2017-07-20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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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 틸러슨의 지난 3월 한국, 중국, 일본 방문을 놓고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 안보협력 프로젝트 국장과 뉴욕타임스의 데이비드 생어 외교 전문기자가 논전을 벌였다. 발단은 시걸이 한반도 전문 매체 38노스에 올린 ‘틸러슨 오독’(Misreading Tillerson)이었다. 틸러슨의 발언을 분석해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언급한 생어의 기사에 대해 시걸이 틸러슨을 잘못 읽었다고 비판했다. 대북 대화론자인 시걸과 그렇지 않은 생어의 논전은 한반도에서 확대재생산돼 대북 선제타격론이 4월 한국을 지배한 화두가 됐다. 지금까지는 생어의 오독(誤讀)을 간파한 시걸의 판정승이다.
지난 17일의 우리의 남북 간 군사회담, 적십자회담 제의를 두고도 오독이 발생했다. 18일 아침 보도된 미 백악관 대변인과 일본 외상의 언급에 대한 우리 언론의 반응이 그것이다. 숀 스파이서 대변인은 남한의 회담 제안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한국 정부에서 나온 말들이니 한국에 물어봐 달라. 대통령은 (대화를 위해) 충족해야 하는 어떤 조건들에 대해 명확히 해 왔고, 이 조건들은 지금은 우리가 있는 위치와는 분명히 멀리 떨어져 있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외상도 “한·미·일 정상회의에서도 지금은 압력을 가할 때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오독이 시작됐다. ‘남북 대화 제의가 한·미·일 갈등으로 번지나’, ‘대화할 때 아니라는 미·일, 한국이 대북 공조 균열 내서야’라는 일부 언론의 지적이 잇따랐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일본 정부의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의 제안은 대북 압력 강화라는 한·미·일 방침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시다 외상의 발언 또한 대북 압박에 관한 원칙을 강조한 것이었다는 게 외무성의 입장이다. 백악관 대변인의 언급도 미국의 대북 원칙을 강조한 것이었는데 우리의 과잉해석, 나아가 의도적인 오독으로 이어졌다고 봐야 한다.

이런 오독은 인도적 회담 제의조차 대북 공조를 깰 수 있으며 주변국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로 발전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여야 대표 회동에서 최근의 오독에 제동을 걸었다. “대북 제의는 미국에 통보하고, 일본도 양해를 했다. 비핵화를 위한 대화와 비정치적 인도적 대화의 구분에 대해서도 양국 정상에게 여러 번 설명했다”고.

‘4월 위기설’에서도 보듯 오독의 악순환, 특히 외교·안보의 오독은 치명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7·17 대북 제안을 둘러싼 오독의 악순환은 이제 끊어 내야 한다.
2017-07-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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