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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밥 먹여주냐지만 예술교육은 자신을 찾는 과정”

“예술이 밥 먹여주냐지만 예술교육은 자신을 찾는 과정”

신융아 기자
신융아 기자
입력 2017-08-23 11:38
업데이트 2017-08-2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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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개막작 ‘나의 시, 나의 도시’ 찰스 오피서 감독

 “어릴 땐 다들 부끄러워하지 않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그림을 그리잖아요. 그런데 15살만 돼도 할 줄 모른다고 해요. 처음에는 목소리가 너무 작아 잘 들리지도 않던 (영화 속) 프랜신이 나중에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며 어린 나이에 예술에 노출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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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4회 EBS국제다큐영화제(EIDF)의 개막작 ‘나의 시, 나의 도시’를 연출한 찰스 오피서(사진) 감독은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청소년기 예술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나의 시, 나의 도시’는 재개발로 이주 위기에 놓인 캐나다 임대주택 단지를 배경으로 흑인 소녀 프랜신이 음악과 시, 그림을 배우며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앞서 ‘핫독스국제다큐영화제’에서 캐나다 장편다큐멘터리 최우수상을 받았다.

 오피서 감독은 영화 촬영에 앞서 1년 반 동안 재개발 지역인 ‘빌라 웨이’에 살면서 청소년들을 관찰했다. 그는 “낙후된 여러 지역을 찾아다니면서 ‘밥도 못 먹고 글도 못 읽는데 예술이 대체 무슨 상관인가, 예술이 밥 먹여주나’ 이런 회의가 들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예술 교육은 아이들이 자신을 표현하고 다른 문화를 이해하며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데 훌륭한 도구가 되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영화 촬영 후 프랜신은 예술학교로 진학했고, 종종 연락을 주고받으며 연극 기획이나 영화 작업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오피서 감독은 뒷얘기를 전했다.

 이 영화는 재개발로 인한 공동체 해체와 다양성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오피서 감독은 “이상적이거나 낙관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영화를 통해 우리의 아이들이 누구든 안전한 곳에서 편안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재개발과 마을 공동체 해체는 세계적인 현상으로 그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다양한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대화를 나누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제가 사는 토론토만 해도 ‘다양성이 우리의 힘이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지만 영화 펀딩을 결정 짓는 사람들 대부분이 백인들이기 때문에 흑인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는 채택되기 어렵다”면서 “그런 점에서 흑인 소녀가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하는 영화가 세상에 나왔을 때 스스로 북받치는 위로와 만족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자라면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내 누나들과 앞으로 커갈 내 조카에게 헌정하는 영화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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