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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닭에 DDT 나온 농장주 “쪽박 찼지만 어떡하겠나, 폐업”

달걀·닭에 DDT 나온 농장주 “쪽박 찼지만 어떡하겠나, 폐업”

입력 2017-08-24 10:40
업데이트 2017-08-2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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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는 추후 문제…지금은 폐기 뒷정리 우선”

“오늘부터 폐업합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제 의도와 달리 땅이 오염돼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쪽박을 찼지만 어떡하겠습니까.”

달걀에 이어 닭에서도 맹독성 살충제인 디클로로디페닐트라클로로에탄(DDT)이 나온 경북 영천 산란계 농장주 이몽희(55)씨는 24일 다소 차분한 음성으로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오늘 저녁에 달걀과 닭을 모두 폐기 처분하기로 했다”며 “지금은 폐기에 따른 뒷정리가 우선이다”고 밝혔다.

그는 8년 전부터 영천에서 약 5천940㎡ 땅에 축사 9채를 지어 닭 8천500마리를 키워왔다.

축사 문을 열어놓고 키우기 때문에 닭이 농장 안에서 자유롭게 오갈 수 있고 맨땅에서 흙목욕을 할 수 있다.

제초제나 살충제를 뿌리지 않았고 항생제도 쓰지 않는 등 친환경 달걀을 생산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이곳에서 하루 생산하는 달걀 2천개 가운데 1천900개 정도 가려서 특정 협동조합에 납품했다.

일반 계란이 개당 200원 정도에 출하하지만 이씨 계란은 개당 750원에 팔렸다.

이씨 농장은 친환경으로 손꼽혔으나 살충제 달걀 파동이 일어난 뒤 풍비박산이 났다.

이달 중순 이씨 농장에서 나온 달걀에서 DDT가 나왔고 뒤이어 한 조사에서 닭에서도 DDT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농장 자리에 다른 사람이 운영한 복숭아 과수원이 있었던 점을 의심했다.

경북도는 이씨 농장 흙에 과거에 사용한 DDT가 남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하기로 했다.

이씨는 당분간 농장을 정리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닭과 달걀을 폐기한 뒤에도 남은 계분이나 시설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 땅에는 농사도 지을 수 없어 지목 변경이 안 된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땅이나 다름없으니 아무런 피해가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닭이나 달걀뿐만 아니라 땅과 건물 피해까지 고려하면 피해액이 상상도 못 할 금액이다”고 했다.

농장을 방치할 바에는 농약 무서움을 느낄 수 있는 환경재앙 교육장으로 환경단체에 무상으로 빌려줄 뜻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의도하지 않은 피해에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주기를 바랐다.

이씨는 “나는 쪽박을 찼지만 앞으로 다른 사람은 이런 피해가 없도록 법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재기해야 하겠지만 당장 어디 새로운 곳에서 농장을 한다는 등 계획은 없고 뒷정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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