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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왕국의 몰락

장난감 왕국의 몰락

김규환 기자
입력 2017-09-19 22:24
업데이트 2017-09-19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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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 감원이어 토이저러스 파산 신청… 전자상거래에 치명상

세계적인 장난감 관련 업체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디지털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미국 대형 장난감 유통체인인 토이저러스의 파산이 초읽기에 들어간 데다 덴마크 블록장난감 업체 레고가 대량 감원을 발표하는 등 이들 업체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 등에 점유율 계속 뺏길 것”

토이저러스는 막대한 부채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이르면 19일(현지시간)에 미 연방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 소식이 알려진 18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토이저러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S&P와 피치는 토이저러스에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있는 단계를 뜻하는 ‘CCC-’ 등급까지 끌어내렸다. 피치는 보고서를 통해 “토이저러스는 온·오프 유통공룡인 아마존과 월마트, 타깃 등에 시장점유율을 계속 빼앗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토이저러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것은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4억 달러(약 4520억원)의 부채를 재조정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군살을 빼 회생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토이저러스가 보유한 현금은 4월 말 기준 3억 100만 달러에 불과하다. 내년 만기에 갚아야 하는 채무 4억 달러에 턱없이 부족하다. 더욱이 1분기 1억 64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토이저러스는 지난 4년간 이익을 한 푼도 내지 못했다.

1948년 문을 연 토이저러스는 매장을 패스트푸드체인 맥도날드와 나란히 세우는 시너지 마케팅을 펼치며 세계적 장난감 유통체인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전자상거래 업체의 등장으로 토이저러스의 경영난은 나날이 악화됐다. 여기에다 아마존 등의 성장으로 위협을 느낀 월마트 같은 오프라인 소매업체들도 잇따라 가격 할인에 나서면서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던 토이저러스에 치명상을 입혔다. 이에 따라 토이저러스는 2005년 미 사모펀드 운용사인 KKR와 베인캐피털, 부동산투자신탁회사인 보네이도리얼티트러스트에 75억 달러에 팔렸다. 이들은 2010년 토이저러스의 기업공개(IPO·상장)를 추진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구조조정을 한 뒤 재상장에 나서려고 했지만 시장 환경이 호전되지 않아 결국 포기했다.

●스마트폰 쥔 아이들… 바비도 위협

토이저러스의 파산 위기는 레고와 경쟁업체인 미국의 바비인형 제조사 마텔에도 경종을 울린다. 어린이들의 손에 장난감 대신 스마트폰이 쥐어지기 시작하면서 장난감 업계가 직면한 불가피한 현실이다. 앞서 지난 5일 레고는 13년 만에 상반기 매출이 감소했다며 1400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레고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감소했다. 레고의 조르겐 빅 크누드스톱 회장은 “도랑에 빠진 차를 꺼내서 다시 속력을 내야 할 때”라며 위기감을 감추지 않았다. 마텔도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6.4% 감소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2017-09-2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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