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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우박에 1년 농사 망쳤다”…사과농가에 한숨 가득

“10분 우박에 1년 농사 망쳤다”…사과농가에 한숨 가득

입력 2017-09-20 13:39
업데이트 2017-09-2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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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 풍산·임하지역 사과 410여㏊ 쑥대밭…콩밭·채소밭도 피해

“수확 한 달 앞두고 1년 농사를 망쳤습니다.”

경북 안동시 풍산읍 죽전리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손병규(56)씨는 사과밭에서 한숨만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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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녹지 않은 우박
채 녹지 않은 우박 20일 강원 춘천시 신북읍 유포리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는 농민이 전날 내렸다가 채 녹지 않은 우박 덩어리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여름 불볕더위를 이겨가며 농사지은 3만3천여㎡(1만평) 사과밭은 지난 19일 10여분 동안 쏟아진 우박에 엉망이 돼버렸다.

손씨는 우박을 맞지 않은 사과가 없다고 말한다. 주변 다른 과수원도 같은 상황이다.

그는 해마다 과수원에서 후지품종 5천박스(20㎏기준)가량을 생산해 올해도 비슷한 수준으로 수확을 기대했다.

다른 지역에 6월 우박이 내리고, 한여름 탄저병이 번져 사과 농사를 망쳤다는 소식을 들을 때도 풍년을 기대했다. 안동 풍산지역은 지형적으로 풍수해가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과수원이 고지대여서 병충해도 없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고 한순간에 모든 사과에 열 군데 이상 우박 상처가 생기자 손씨는 하늘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상처가 한두 개 정도면 반값 안팎에라도 팔 수 있지만, 상처가 너무 많아 상품성이 없어졌다. 이런 사과는 주스 가공용으로밖에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정상적으로 출하하면 박스당 3만5천원 정도를 받을 수 있지만, 주스 가공용은 7천원 정도밖에 못 받는다. 인건비는 물론 농약값도 건지기 어렵게 됐다.

손씨는 “이웃 80대 어르신들이 이번 같은 우박은 평생 처음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다”며 “1년 농사 망친 농민 피해를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풍산읍과 함께 안동 시내 대표적 사과밭 밀집지역인 임하면과 길안면에도 우박피해가 생겼다.

풍산읍에서 시작한 우박은 5분여 간격으로 안동시내에 쏟아진 뒤 임하면 금소리와 오대리, 고곡리를 강타했다.

임하면 고곡리에서 농사를 짓는 조모(54)씨 사과밭 1만3천200여㎡도 엉망이 됐다.

임하면 과수농민들도 초여름 우박과 탄저병을 피하고 한여름 무더위를 이겨냈다. 상품성을 높이려고 바닥에 반사필름을 까는 작업을 최근에 마치고 수확만 남은 상태였다.

조씨는 며칠 더 지나야 피해 정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표면이 찢어진 사과는 바로 확인할 수 있지만, 껍질 안에 생긴 타박상은 며칠 지나 썩기 시작해야 표시가 난다.

조씨는 “크기가 작을 때 우박 맞은 사과는 키우고 나서 ‘우박사과 팔아주기’ 행사라도 열어 그나마 처리할 수 있는데 수확 직전 골병든 사과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농작물 재해보험 약관은 과수농가가 한 차례 보험금을 타면 이듬해 착과율을 평년보다 낮게 잡는 등 까다롭고 임하·길안 지역은 풍수해가 적어 보험 가입률이 20∼30% 정도다”며 “농민을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재해보험 약관이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동시는 시는 공무원을 현장에 보내 정밀 조사를 하는 한편 우박피해 농작물 관리 요령 등을 농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20일 경주에서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우박피해 농가를 찾아 상황을 살폈다.

시는 7개 읍·면·동에 쏟아진 최대 지름 3㎝가량 크기 우박에 사과밭 410㏊, 콩밭 150㏊, 채소밭 20㏊ 등 모두 600㏊ 농지에서 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집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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