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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실업률 역주행] 수출 고용효과 ‘뚝’…이중 고용구조도 걸림돌

[韓실업률 역주행] 수출 고용효과 ‘뚝’…이중 고용구조도 걸림돌

입력 2017-09-24 10:26
업데이트 2017-09-2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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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고용은 더 경직되고 임시직 고용 불안은 심화돼‘반도체’ 고용창출력 점차 약화…빈약한 실업급여로 구조조정도 더뎌“청년 고용 내년까지 안 좋을 것…실업 안전망 확충해야”

한국의 고용시장에 좀처럼 봄날이 찾아오지 않고 있다.

최근 3년간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미국·독일·일본·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의 실업률은 개선되고 있지만 유독 한국만 실업률 상승세가 뚜렷하다.

특히 청년(15∼29세) 실업률이 2015년 이후 2년 연속 최악 기록을 갈아치우고 제조업 취업자 증가 폭이 둔화하는 등 일자리 질도 좋지 않다.

한국의 고용 한파가 길어지는 것은 일차적으로 장기화한 경기 침체 영향이 있지만 그에 앞서 정규직-비정규직으로 이분화된 고용구조의 양극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수출의 고용 효과가 예전 같지 않은 점도 한국의 고용사정을 구조적으로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에도 고용 상황이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면서 실업 안전망 확충 등을 통해 시장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반도체 ‘역대급’ 호황이라지만…고용 효과는 기대 이하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경제 발전의 상당 부분을 수출에 의존해왔고 고용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주력 수출 품목이 노동집약 산업에서 장치 업종으로 이동하면서 수출의 고용 창출 효과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수출 10억원이 유발하는 취업자 수인 취업유발계수는 2014년 7.7명에 그쳤다.

2000년 취업유발계수가 15.0명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사실상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최근 수출의 취업유발계수가 둔화한 것은 반도체 등 장치산업이 수출 주력 품목으로 부상한 것과 관련이 깊다.

올해 1∼8월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증가한 595억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만 9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는 단일 수출품목으로는 사상 최대치로 1993년 한국 전체 수출액인 822억 달러보다 많은 것이다.

반도체 호조세는 내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반도체의 고용창출력이 이전 주력산업이었던 자동차, 선박 등 제조업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의 산업별 취업 유발 효과는 반도체의 경우 11만명으로 자동차(23만명), 기타 제조업(20만명) 등의 절반 수준이었다.

수출이 늘어나도 완성품이나 중간재가 해외에서 생산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고용 효과가 더 축소됐다는 분석도 있다.

가령 현대·기아차는 중국 판매량의 대부분을 현지 공장에서 조달하고 있고, 미국 판매 물량의 경우에도 한국에서의 수출분은 절반이 되지 않는다.

최근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수출이 사상 최대 수준의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고용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현실과 관련이 깊다.

◇ 채용 어려운 정규직·해고 쉬운 임시직…고질적 이중구조

정규직-비정규직의 고질적인 이중구조의 심화도 고용 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규직 고용시장은 지나치게 경직된 반면 비정규직은 오히려 고용 안전성이 너무 떨어져 문제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2015년 이후 분기별 취업자 수 증감 추이를 보면 임시직은 지난해 3분기까지 매 분기 최대 12만9천명까지 늘어났지만 지난해 4분기 이후에는 3분기 연속 10만명 이상 내리 감소하며 널을 뛰는 모습이다.

반면 상용직 취업자 수 증가폭은 지난해 4분기 26만명까지 떨어진 뒤 수출 호황으로 다시 소폭 확대됐지만 큰 변동 없이 30만명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실직자가 서둘러 영세 자영업에 뛰어들거나 아예 취업을 포기하는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되는 탓에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고 실업률이 과소 평가됐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임시직과 자영업자의 증감 추이를 보면 일자리를 잃은 임시직이 일부 영세 자영업자로 흘러드는 현상이 관측된다.

자영업자가 줄어든 2015년 1분기부터 2016년 2분기까지 임시직은 모두 증가하는 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이어 임시직 증가 폭이 10만명대에서 4만5천명으로 내려앉은 지난해 3분기 자영업자는 소폭 증가세로 전환했고 이후 3분기 연속 임시직이 감소세로 전환하자 자영업자는 빠르게 늘기 시작했다.

실직자들이 실업자로 남지 않고 서둘러 자영업에 뛰어들거나 취업을 포기하는 이유는 구직활동을 지원하는 실업급여 등 정부 지원이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의 실업급여 임금 대체율은 50.5%로 OECD 회원국 평균(63.4%)에 비해 10%포인트(p) 이상 낮다.

평균 최대 지급 기간(7개월) 역시 OECD 회원국 평균(15개월)의 절반에 불과하다.

부실한 실업 안전망은 노동 개혁을 지체시켜 고용 상황 개선을 더 늦추는 악순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정부 관계자는 “산업 구조조정을 단기간에 끝내려면 구조조정이 필수적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구조조정을 뒷받침해야 하는 실업급여제도 등이 상대적으로 미진한 편”이라고 말했다.

◇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줄여야…실업 안전망 지원 확대도 필요”

전문가들은 아직 경기 회복세가 더디고 노동시장 구조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분간 눈에 띌만한 고용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올해 편성한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을 총력을 다해 집행한다고 해도 고용 자체가 경기의 후행지표인 만큼 내년은 돼야 효과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준환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내년 인력 수급을 보면 시장에 나오는 청년층보다 (공급되는) 일자리가 더 적다”며 “청년 부문은 내년까지 계속 안 좋은 추세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올해 초까지 호조를 보였던 부동산 경기가 규제와 공급 과잉 등으로 꺼지게 되면 고용 상황이 더 안 좋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 선임연구원은 “건설은 공식 통계와 달리 비정규직 비중이 50%가 넘는다”면서 “건설업처럼 경기를 타는 업종의 비정규직은 일자리를 쉽게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바꾸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실업급여 확충을 통해 경직된 고용구조에 대한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독일·이탈리아·프랑스 등 모두 노동시장 구조를 유연하게 바꾸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오히려 더 경직성이 부여되는 상황”이라며 “임금이 더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경직된 노동시장에서 떨어져 나온 정규직과 쉽게 해고되는 임시직을 흡수할 수 있는 실업 안전망 확충에도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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