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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뒤집어쓴 ‘인디아나 존스’는 옛말… 첨단 과학기술 이용하는 고고학자들

먼지 뒤집어쓴 ‘인디아나 존스’는 옛말… 첨단 과학기술 이용하는 고고학자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17-09-26 17:36
업데이트 2017-09-2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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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 DNA 분석, 인공위성 활용, 로봇 기술 이용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주인공은 일반인들에게 전형적인 고고학자의 모습으로 각인돼 있다. 그는 페도라를 눌러쓰고 낡은 크로스백을 맨 채 성궤, 성배, 누르하치 유골 등을 찾아 유럽 전역은 물론 아프리카와 아시아 전역을 이 잡듯이 뒤지고 다녔다.
1889년 스웨덴 비르카섬에서 발굴된 10세기 유적은 전형적인 바이킹 전사의 무덤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최근 고고학자들이 DNA 분석 등을 통해 무덤 속 매장자가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전쟁의 여신 ‘발퀴레’처럼 여성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위키미디어 제공
1889년 스웨덴 비르카섬에서 발굴된 10세기 유적은 전형적인 바이킹 전사의 무덤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최근 고고학자들이 DNA 분석 등을 통해 무덤 속 매장자가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전쟁의 여신 ‘발퀴레’처럼 여성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위키미디어 제공
실제 고고학자들도 인디아나 존스처럼 먼지를 뒤집어쓰고 유물을 찾으러 이리저리 뛰어다닐까. 19~20세기 초 고고학자들이 몸으로 때우는 현장 작업자 같은 분위기였다면 20세기 말~21세기의 고고학자들은 인공위성이나 컴퓨터 프로그램, 각종 실험기구를 활용하는 과학자의 모습에 가깝다.

지난 8일 스웨덴 스톡홀름대 고고학과, 웁살라대 고고학 및 고대사학과, 국립진화생물학센터 공동연구진이 ‘미국 자연 인류학지’에 발표한 논문만 봐도 고고학자들은 과학자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구팀은 10세기 바이킹 전사의 전형적 무덤으로 알려진 스웨덴 비르카섬의 Bj581호 봉분의 부장품과 유골의 DNA 분석과 방사선 동위원소 분석을 실시한 결과 키 170㎝ 정도의 30대 여전사라는 사실을 140년 만에 밝혀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박종화 교수팀은 지난 2월 두만강 위쪽 러시아 극동지방의 ‘악마문 동굴’에서 발견된 7700년 전 동아시아인의 게놈을 해독하고 슈퍼컴퓨터로 분석해 한국인과 동아시아인의 기원과 이동에 대한 비밀을 풀어냈다. UNIST 제공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박종화 교수팀은 지난 2월 두만강 위쪽 러시아 극동지방의 ‘악마문 동굴’에서 발견된 7700년 전 동아시아인의 게놈을 해독하고 슈퍼컴퓨터로 분석해 한국인과 동아시아인의 기원과 이동에 대한 비밀을 풀어냈다.
UNIST 제공
올해 2월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박종화 교수와 영국, 아일랜드, 러시아, 독일 공동연구진이 두만강 위쪽 러시아 극동지방에 위치한 ‘악마문 동굴’에서 발견된 고대 동아시아인의 게놈을 해독한 결과 현대 한국인은 남방계와 북방계 아시아인이 융합된 유전체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남방계 아시아인 게놈이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역시 첨단 유전체 분석법으로 고대 역사를 복원한 것이다.

이렇듯 고고학계에서는 유물에 대한 DNA 분석을 통해 과거를 추적하는 ‘DNA 고고학’이라는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DNA 고고학은 고고유전학(Archaeogenetics)이나 고유전학(Paleogenetics)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약간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DNA 고고학은 유적지에서 발굴되는 유기체의 DNA를 연구해 유전적 특징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것으로 혈연, 민족 간 유연관계, 집단이나 문화의 이동에 대한 고고학적 정보를 자연과학적으로 분석한다. 고고유전학은 고고학적 해석을 위해 분자유전학적 기술과 고고학을 접목한 것이고 고유전학은 유전학적 입장에서 생물의 진화와 과거 생물의 특징에 대한 연구를 하는 분야다.

이뿐만이 아니다. 고고학자들은 땅속에 묻힌 고대 도시를 찾기 위해 인공위성이나 항공기에 탑재된 레이저 관측 장비를 활용하기도 한다. 미국 앨라배마대 고고학자들은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의 지원을 받아 700㎞ 상공의 인공위성으로 이집트 나일강 유역 사카라와 타니스 지역을 대상으로 수만장의 적외선 사진을 촬영한 뒤 분석했다. 그 결과 땅속에 묻혀 있는 피라미드 17개와 고대 무덤 1000개, 거주 유적지 3000개를 발견하기도 했다.

또 항공기에 탑재한 레이저 레이더(라이다·LIDAR) 역시 울창한 삼림 지역에 숨겨져 있는 유적지를 발굴하는 데 유용하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발사해 산란되거나 반사되는 것을 측정해 대상물까지의 거리와 위치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한편 지표면의 모형을 3차원으로 구현하는 데 쓰이는 장치다.

최근 발전하고 있는 로봇 기술도 고고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로봇을 활용해 내부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무덤 내부를 탐사하거나 오랜 시간 잠수가 필요한 수중 난파선을 조사한다. 인디아나 존스처럼 힘겹게 땅속에 파묻힌 무덤이나 참호 같은 곳에 목숨을 걸고 들어가는 것은 영화에서나 나오는 이야기가 된 것이다.
현대 고고학자들은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주인공과 같은 행동파라기보다는 다양한 첨단 과학기술을 이용하는 과학자의 모습에 더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현대 고고학자들은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주인공과 같은 행동파라기보다는 다양한 첨단 과학기술을 이용하는 과학자의 모습에 더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빅데이터 처리나 시뮬레이션 같은 정보통신 기술들도 고고학에서는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오래된 고대인의 뼈나 유품에서 미량의 DNA 조각을 채취해 분석할 경우 방대한 게놈 정보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대한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 고인류의 복잡한 관계망을 파악할 수 있게 해 주는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처리기술이 고고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마틴 존스 영국 케임브리지대 고고학과 교수는 “DNA 고고학에서는 고대 유물에서 곰팡이나 세균 오염 없는 순수한 DNA를 추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염 없는 DNA 추출과 첨단 과학기술의 활용은 현대 고고학을 정밀과학 수준까지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7-09-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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