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일스 럭비 대표 선수 스콧 볼드윈(28)은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화국 원정 도중 사자에게 손을 물리는, 좀처럼 겪기 어려운 경험을 했다.

오스프리(물수리) 팀의 일원으로 치타와의 프로 14 리그 경기를 위해 남아공 원정을 떠난 볼드윈은 블룸폰테인의 벨터브레데 게임 롯지 안 우리에 갇혀 있던 사자새끼 두 마리를 구경하러 갔다. 아침 일찍이라 훈련도 없고 해서 팀 동료들과 어울려 우리에 다가갔다. 우리에서 1.5m 떨어지라는 경고를 받았으나 20초도 안돼 누군가 원한다면 만져도 좋다고 했다. 별 생각 없이 사자의 등과 목 등을 쓰다듬었는데 사자가 얼굴을 돌려 그의 왼손을 덥석 물어버렸다.

심각한 감염 증세 때문에 그는 몇 차례 수술을 받았는데 이제 필드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어 영국 BBC 라디오와 지난 16일(현지시간) 인터뷰를 했다. 볼드윈은 “감염이 중요한 문제였다”며 “물린 다음날부터 팔 전체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의사들은 손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아찔했던 순간을 돌아봤다.그러나 다행히 힘줄이나 인대를 다친 것은 아니었다. “의사는 제게 로또 맞은 것과 같다고 얘기했다. 사자에게 물린 것치곤 가능한 최선의 결과라고 했다.”

블룸폰테인에서 여러 차례 소독을 실시했지만 웨일스로 돌아오자마자 병원 응급실로 가야 했다. 첫날부터 의사는 소독을 하더니 봉합 처치를 했다. 하지만 다음날 감염됐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입원시켰다. 스완지시티의 모리슨병원으로 다시 옮겨져 성형외과의의 진단을 받았다.

그는 끔찍했던 순간을 돌아봤다. “한동안 사자들을 토닥였다. 그들도 괜찮아 했다. 그때 난 암놈부터 쓰다듬었다고 생각했다. 수놈들은 그닥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었다. 손전화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 친구에게 건네는 순간, 그 사자는 ‘지금 그가 보고 있지 않지. 한 입 먹자’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코치 스티브 탠디로부터 “진짜 멍청한 짓”이라고 한소리 들었던 볼드윈은 22일 사라센과의 챔피언스컵 원정 경기에 출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봉합 실도 다 풀었다. 바라건대 이번 주 안에 훈련에 합류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탠디 코치도 과거의 일은 흘려 보내고 이제 미래를 위해 나아가자고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