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기자회견도 생략…촬영 경쟁은 더욱 치열해져

톱스타들의 결혼식 역사를 살필 때 늘 시작은 1964년 신성일-엄앵란의 결혼식이다.

당시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결혼식에는 하객과 일반 시민 4천여명이 몰려들었다. 스타의 결혼식이 시민의 축제가 된 역사적 순간이다.

하지만 이 같은 풍경은 이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가 됐다. 햇수로도 이미 53년 전 일.

이제는 스타의 결혼식은 비공개가 기본이다. 취재진에게 공개를 안 하는 것은 물론이고, 철통 보안 속 청첩장을 소지한 하객만이 입장한 가운데 비공개로 예식을 치른다.

최수종-하희라, 김태욱-채시라, 차인표-신애라 등이 결혼할 때 주례 단상까지 취재진이 올라가 사진을 찍고 팬들이 결혼식장 뒤를 가득 메우던 풍경도 이미 20여년 전 일이다.

스타들의 결혼식이 비공개로 전환된 것은 2000년대 중반 즈음. 이때만 해도 스타들이 결혼식에 앞서 취재진 앞에서 기자회견과 포토타임을 가졌다. 또 취재진을 위해 별도로 식장 옆에 룸을 마련하고 결혼식 장면을 영상으로 실시간 중계하기도 했다. 식장 안에는 하객만 들어가도록 막는 대신 예식 과정은 공개한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이미 옛날 이야기가 됐다. 식장 앞에서부터 경호원이 출입을 통제하고, 결혼식 관련 기자회견도 생략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처음에는 신랑이나 신부가 일반인인 경우,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해 기자회견을 생략한다는 이유였으나 어느 순간부터 신랑 신부가 모두 연예인인 경우도 ‘경건하고 조용한 예식’을 위해 포토타임마저 생략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31일 오후 4시 결혼식을 올리는 톱스타 송중기-송혜교도 결혼식에 앞서 카메라 앞에 서지 않는다. 300명의 하객만 초청했고, 청첩장이 없으면 식장 입장이 불가능하게 현장을 통제한다. 송중기-송혜교 소속사는 결혼식 관련 기본 정보도 사전에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으며 모든 사항을 비밀에 부쳤다.

2013년 결혼한 이병헌과 이민정은 결혼식에 앞서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2015년 결혼한 배용준-박수진은 아무런 행사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비공개에 철통 보안을 한다고 해도 스타의 결혼식에 쏠린 관심을 막을 수는 없다. 결혼식 전 포토타임이 없으면, 취재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애스톤하우스에서 열린 배용준-박수진 결혼식을 카메라에 담기 위한 경쟁은 거셌고, 취재진은 호텔 주변은 물론이고 강 건너편에서 망원 렌즈로 이들의 결혼식 장면을 촬영했다.

지난 1월 결혼한 비-김태희는 결혼식 장소를 비밀에 부쳤지만 이를 찾아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붙으면서 결국 막판에 식장을 ‘들켰다’. 당시 취재진은 결혼식장으로 알려졌던 서울 지역 성당 두세 곳에 진을 쳤고, 최종적으로 가회동 성당이 식장으로 밝혀지면서 현장 사진도 나왔다.

가수 이효리와 배우 윤진서는 육지를 떠나 제주도 자신의 집 정원에서 결혼식을 치르며 ‘번잡함’을 차단했다.

‘조용한 결혼식’에 완벽하게 성공한 사례도 이어진다. 결혼식을 그야말로 몰래 치른 뒤 식후에 공개하는 것이다.

2009년 톱스타 이영애는 미국 하와이에서 재미교포 사업가 정호영 씨와 결혼식을 치른 뒤 법무법인을 통해 보도자료로 소식을 알려 깜짝 놀라게 했다.

그 바통을 2015년 원빈-이나영이 이었다. 이들은 원빈의 고향인 강원도 정선의 한 밀밭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솥에 국수를 삶아 하객을 대접했다. 이들의 결혼식은 식후 알려져 역시 대중을 놀라게 했다. 이영애와 원빈-이나영 모두 결혼을 예고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밀 결혼식이 ‘쇼킹’하게 다가왔다.

지난 5월에는 성유리가 프로골퍼 안성현과 가정예배로 조촐하게 결혼식을 치른 하루 뒤 소식을 전했고, 배우 이동건-조윤희는 혼인신고 사실을 먼저 알려 놀라게 한 뒤 결혼식도 조용히 치르고 사후에 발표했다.

아예 결혼식을 생략하기도 한다.

리쌍의 개리는 최측근에도 알리지 않은 채 연인과 언약식을 한 후 SNS로 이를 알렸고, 배우 박희순-박예진, 배우 안재현-구혜선, 가수 조정치-정인 부부 등은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식은 생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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