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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단체, 달걀 던지며 단상 점거… 산업부 “국회 보고 강행”

농민단체, 달걀 던지며 단상 점거… 산업부 “국회 보고 강행”

황비웅 기자
황비웅 기자
입력 2017-11-10 22:54
업데이트 2017-11-10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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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개정 공청회 파행

농축산단체들 ‘즉각 폐기’ 팻말 시위
“피해 대책 없다… 다시 열자” 촉구
정부 “법 요건 충족… 절차 예정대로”

10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관련 공청회가 파행으로 얼룩졌지만 정부가 강행 의지를 드러내면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농민단체들은 공청회 재개최를 요구하는 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국회 보고 절차에 돌입한다는 계획이어서 갈등의 골은 깊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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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위한 공청회’에서 한 농민단체 대표가 강성천(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보에게 공청회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위한 공청회’에서 한 농민단체 대표가 강성천(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보에게 공청회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조업 추가 개방 2가지 시나리오 윤곽만 제시

이날 대외경제정책연구원·산업연구원·농촌경제연구원이 공동 발표한 ‘한·미 FTA 경제적 타당성 검토’ 보고서에는 FTA 개정으로 인한 농축산물 분야의 피해 분석 결과가 제외됐다. 제조업 추가 개방에 대한 2가지 시나리오도 윤곽만 제시했을 뿐 품목별 관세 인하 폭 등 자세한 수치는 빠졌다. 협상 전략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지만, 이는 농민단체 관계자들이 공청회장에서 ‘FTA 폐기’를 주장하는 단초로도 작용했다.

이들은 공청회 시작 직후 ‘농축산업 볼모로 하는 한·미 FTA 즉각 폐기’ 등의 팻말을 들고 시위했다. 이어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지역무역협력팀장이 “한·미 FTA가 상호 호혜적 결과를 가져왔다”고 발표하자, 이들은 “지난 5년 동안 농축산업이 반 토막 났는데 무슨 상호 호혜적인 협상이냐”며 반발했다.

또 “경제 분석이 나왔으면 농축산업에 어떤 피해가 있을지, 피해를 어떻게 보완할지 발표하는 게 순서 아니냐”고 다그쳤다.

격앙된 일부 농민들은 무대를 향해 달걀과 신발을 던지고, 급기야 단상까지 점거했다. 농민단체 관계자가 강성천 산업부 통상차관보에게 종이 뭉치를 던지며 달려들자 농민들과 경호원들 사이에 몸싸움도 빚어졌다. 강 차관보는 “오늘은 공청회를 예정대로 진행하고 별도로 농민들과 간담회를 열자”고 설득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산업부 “농축산업계 의견수렴 위해 간담회 추진”

결국 당초 예정됐던 공청회 종료 시간인 낮 12시가 지나자 산업부는 “공청회를 마친다”며 공청회장을 빠져나갔다. 농민단체들은 공청회 무산을 선언하고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파면, 국회 보고 저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산업부는 공청회가 법적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고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행정절차법에 규정된 ‘의견 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사전 통지 의무를 면해 준다는 내용을 근거로 삼고 있다. 농민들의 단상 점거와 시위로 이런 요건을 충족한다는 게 산업부의 판단이다.

다만 산업부가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공청회를 요식행위로 전락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부는 “농축산업계에 대한 추가적인 의견 수렴을 위해 빠른 시간 내에 간담회 개최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2017-11-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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