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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 음식 이야기] 고소함 살아있네, 다같이 치~~즈

[발효 음식 이야기] 고소함 살아있네, 다같이 치~~즈

김희리 기자
김희리 기자
입력 2017-11-12 18:22
업데이트 2017-11-12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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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치즈

치즈는 서양에서 가장 오래된 발효식품 중 하나다.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에는 ‘미(美)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제우스의 딸 헬레나에게 치즈와 와인과 달콤한 꿀을 먹여 기른 덕분에 헬레나가 최고의 아름다움과 지성을 갖게 됐다’는 구절이 나오기도 한다.

치즈가 인간의 건강한 성장에 필수적인 칼슘과 단백질, 비타민, 지방을 두루 갖췄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사와 신화, 진실과 상상을 넘나든 위대한 시인의 찬양이 결코 허풍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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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란 우유 등 포유동물의 젖을 응고시켜 만든 발효 유제품이다. 원유에 젖산균 또는 기타 응유 효소를 첨가해 단백질을 응고시킨 다음, 유청(응고물을 제외한 수용액)을 제거하고 숙성·발효하는 과정을 거친다. 영어 ‘치즈’(cheese)의 어원은 라틴어 ‘카세우스’(caseus)에서 유래했다. 한편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는 치즈를 각각 ‘프로마주’(fromage), ‘포르마지오’(formaggio)라고 부르는데, 이는 고대 그리스에서 치즈를 만들 때 유청을 제거하는 데 사용했던 통을 지칭하던 라틴어 ‘포르모스’(formos)에서 비롯된 것이다.

치즈의 기원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기원전 3000년쯤 지금의 그리스 크레타섬 일대에서 발달했던 미노아 문명의 점토판에 치즈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기록이 남아 있다. 또 기원전 6000년쯤 메소포타미아 문명에도 치즈와 비슷한 식품을 섭취한 흔적이 발견된다. 본격적인 근대식 치즈 제조가 이뤄진 것은 19세기에 들어서면서다. 1850년대 이전까지는 살균하지 않은 원유로 치즈를 만들었지만, ‘미생물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프랑스의 화학자 파스퇴르가 저온살균법을 개발한 이후 안정적인 치즈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지역마다 고유한 치즈 특산품들이 자리잡게 됐다.

국내에 치즈가 처음 소개된 것은 일제 때인 1920년대 들어서다. 주한 외국인과 부유층을 위주로 해외에서 치즈를 소량 수입해 즐겼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치즈의 직접 제조가 시작된 것은 1967년 무렵이다. 전북 임실성당의 주임신부로 부임한 벨기에 출신 디디에 세스테베스(한국명 지정환) 신부가 농촌지역 선교활동의 일환으로 가난한 농가에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본국에서 치즈 제조기술을 들여온 데서 출발했다. 처음에는 산양을 농민들에게 나눠줘 산양유로 치즈를 생산했으나, 젖소가 보급되면서 우유로 치즈를 제조하게 됐다. 현재 전 세계에서 즐기는 치즈의 종류는 2000개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치즈는 크게 ‘자연 치즈’와 ‘가공 치즈’로 분류된다. 자연 치즈는 원유 또는 유가공품을 응고시켜 제조한 기본적인 형태의 치즈다. 가공 치즈는 자연 치즈에 다른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 등을 추가한 뒤 유화시켜 만든 치즈를 의미한다. 최초의 가공 치즈는 1911년 스위스에서 등장했다. 당시 제조업자들은 에멘탈 치즈의 보관 기간을 늘려 열대지방에 수출하기 위해 치즈에 유화제를 첨가해 열처리한 뒤 다시 냉각시켜 반고형 상태의 가공 치즈를 개발해냈다. 미국에서는 1916년 식품회사 크래프트가 유럽의 가공 치즈와는 별개로 체다 치즈를 증기 또는 뜨거운 물을 사용해 유화시킨 뒤 통조림캔에 넣어 밀봉하는 방법으로 특허를 취득했다의

초기의 가공 치즈는 통조림이나 은박지에 싸인 형태로 출시돼 필요할 때마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 먹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소형 포장에 적합하지 않고 내부의 곰팡이 생성 유무를 파악하기가 힘든 데다, 가공 치즈에서 나오는 산성물질 때문에 은박지가 변질돼 수축포장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오늘날 흔히 볼 수 있는 얇은 종이와 같은 형태의 슬라이스 치즈다. 변질을 막기 위해 수분과 공기의 투과도가 낮고 수축률이 좋은 포장재를 사용했다. 특히 식빵이 보편화되면서 함께 먹기 편한 슬라이스 치즈는 더욱 빠르게 확산됐다.

치즈는 원산지에 따라서도 종류가 나뉜다. 18세기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카망베르 마을에서 만들어진 카망베르 치즈, 프랑스 파리 근교의 브리 지방이 원산지인 브리 치즈, 네덜란드 고다 지역에서 탄생한 고다 치즈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치즈는 제조 방식에 따라 구분되기도 한다. 리코타 치즈는 ‘두 번 데운다’는 이름의 뜻에서 알 수 있듯이 우유를 데우고, 이 과정에서 모인 유청을 한 번 더 데워 만든다. 이렇게 열을 가한 유청이 작은 덩어리를 이룬 것이 리코타 치즈가 되며, 새콤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또 블루 치즈는 독특한 향을 가미하기 위해 제조 과정에서 푸른곰팡이의 일종인 ‘페니실륨로케포르피’를 이용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치즈는 단백질, 지방, 칼슘, 비타민A·B 등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특히 소고기에 비해 단백질은 약 1.5배, 칼슘은 약 200배 많아 ‘흰 고기’라고 불리기도 한다. 치즈의 단백질은 필수 아미노산의 함량이 다른 식품보다 높기 때문에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으로 불린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치즈 소비량은 2010년 1.8㎏에서 지난해 2.8㎏으로 56% 증가했다. 특히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치즈 소비연령이 낮아진 데다 다양한 종류의 치즈가 국내에 소개되는 등 시장 환경이 변화하면서 자연 치즈의 소비량이 1.3㎏에서 2.1㎏로 62%나 뛰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가공 치즈 생산에 비중을 두던 국내 치즈업체들도 자연 치즈 시장으로의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추세다.

주로 요리에 넣는 식재료로 활용되던 것에서 최근에는 큐브형, 막대형 등 다양한 제형으로 출시돼 독립된 간식으로 즐기는 ‘스낵 치즈’ 시장이 새롭게 형성된 것도 특징이다. 캠핑, 여행 등 여가시간에 외부로 나들이를 가는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이 같은 시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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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우유 ‘목장나들이 구워구워치즈’
서울우유 ‘목장나들이 구워구워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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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우유 ‘앙팡 치즈 까요까요 바나나’
서울우유 ‘앙팡 치즈 까요까요 바나나’
대표적인 국내 치즈 생산업체인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최근 우유로 만든 프리미엄 자연 치즈 ‘목장나들이’ 2종(구워구워·스트링)을 선보였다. 일단 공기에 노출되면 신선한 보관이 어려운 자연 치즈의 특성을 고려해 국내 최소 중량인 80g으로 출시했다.

앞서 서울우유협동조합은 1976년 1월 ‘서울 자연치즈’ 생산을 시작으로 1977년 8월 블록 형태의 가공 치즈를 선보인 데 이어 1988년 얇게 잘라 낱개 포장한 ‘서울우유 체다슬라이스 치즈’를 내놓는 등 다양한 상품으로 국내 치즈 시장을 견인해왔다. 특히 서울우유 체다슬라이스 치즈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기존의 체다 치즈보다 짠맛을 낮춰 큰 인기를 끌었다. 서울우유협동조합 관계자는 “시대에 따라 소비되는 치즈의 형태도 변화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원재료의 신선한 맛을 살린 자연 치즈가 인기를 끄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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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유업 ‘상하치즈 자연치즈 브리’
매일유업 ‘상하치즈 자연치즈 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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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유업 ‘상하치즈 한입에 체다’
매일유업 ‘상하치즈 한입에 체다’
매일유업은 전북 고창군 상하면 공장에서 생산되는 치즈 전문 브랜드 ‘상하치즈’를 통해 다양한 치즈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상하치즈의 자연 치즈 5종(까망베르 치즈, 브리 치즈, 후레쉬 모짜렐라, 스트링 치즈, 리코타 치즈)은 엄선한 국내 축산 농가에서 짠 원유를 사용하며, 보존료를 전혀 첨가하지 않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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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드빈치 자연방목치즈’
남양유업 ‘드빈치 자연방목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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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유기농 아기치즈 1단계’
남양유업 ‘유기농 아기치즈 1단계’
남양유업은 연령에 따라 성인용과 어린이용 치즈를 구분해 출시했다. 지난 3월 선보인 성인용 치즈 ‘드빈치 365일 자연방목 치즈’ 3종(체다, 모짜렐라, 고칼슘)은 호주의 청정한 자연에서 방목하며 목초를 먹고 자란 젖소의 우유로 만들어 오메가3와 오메가6의 비율이 1대4로, 이상적인 오메가 지방산 비율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또 유기농 아이 치즈는 6~18개월 아기를 위한 ‘유기농 시작부터 아기치즈 1단계’와 19~36개월 아기를 위한 ‘유기농 튼튼탄탄 아기치즈 2단계’, 4세 이상을 위한 ‘유기농 쑥쑥클때 어린이치즈 3단계’로 구성돼 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그래픽 이다현기자 okong@seoul.co.kr
2017-11-1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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