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길섶에서] 나목(裸木)/오일만 논설위원

[길섶에서] 나목(裸木)/오일만 논설위원

오일만 기자
오일만 기자
입력 2017-11-26 22:20
업데이트 2017-11-26 22:3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요사이 강풍을 동반한 추위 탓인가, 집 주변 은행나무들이 힘겹게 지탱하던 이파리들을 떨어냈다. 풍성했던 푸른 여름과 화려했던 노란 가을의 기억을 뒤로한 채 이제 나목(裸木)으로 겨울을 맞이한 것이다. 하루 밤새 휑한 뼈대를 드러낸 주변 나무를 보면서 문득 어릴 적 읽었던 신경림 시인의 ‘나목’이 떠올랐다. ‘나무들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서서, 터진 살갗에 새겨진 고달픈 삶이나, 뒤틀린 허리에 배인 구질구질한 나날이야, 부끄러울 것도 숨길 것도 없어…’ 무심히 지나쳤을 겨울 나무를 보면서 마음 밑바닥 저편에서 건져 올린 시인 특유의 인생관과 그 감성이 가슴에 와 닿는다.

복잡한 인연들이 희로애락의 파노라마 속에 사는 우리네 인생들. 말이 말을 낳고 그것이 다시 칼이 되어 서로의 심장을 찌르는 이 엄혹한 세상살이. 가끔은 이런 굴레에서 벗어나 홀로 추위를 견디며 태양과 별빛을 관조하는 나목의 그 무위가 부럽기도 하다. 을씨년스러운 겨울을 실감케 하는 나목을 보면서 가끔은 그것이 불편한 진실일지라도, 내면의 가식을 벗고 차분히 응시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oilman@seoul.co.kr
2017-11-27 27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