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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그때도 똘똘한 한 채는 있었다. 그러나…/김성곤 논설위원

[서울광장] 그때도 똘똘한 한 채는 있었다. 그러나…/김성곤 논설위원

김성곤 기자
입력 2018-01-16 17:58
업데이트 2018-01-1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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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 논설위원
김성곤 논설위원
최근에 논설위원실로 자리를 옮긴 뒤 서울 강남의 집값이 궁금해졌다. 하루가 멀다 않고 오른다는데 배경이 뭘까. 참여정부 때의 기억을 더듬었다. 한 달에도 몇 번씩 대책이 나오고, 수시로 합동단속을 나가고, 완결판처럼 2005년 ‘8·31 대책’이 나왔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집값 대책은 공급 중심의 건설교통부가 주도하다가 나중에 금융 카드를 쥔 재정경제부가 간여했다. 두 부처가 대책 발표장을 놓고 서로 자기가 하겠다고 다투는 촌극도 있었다. 그때 써먹은 게 총부채상환비율(DTI)이다. 시장도 돌아봤다. 강남은 물론 강북 마포나 성동, 광진 등지도 크게 올랐다.

내친김에 참여정부 때 주택정책을 담당했던 전직 고위 관료에게 물었다. “도대체 강남이 왜 이럽니까.” “참여정부 때 추진했던 신도시 외에 지난 10년간 제대로 된 택지 공급이 있었나요. 이명박 정부 때에는 인프라가 떨어지는 보금자리 주택을 집중적으로 공급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뉴스테이로 흉내만 냈잖아요.”

전문가들에게도 물었다. 자산가들의 ‘신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값과 전셋값 차액만 투자해 집을 사는 것), 학습효과, 똘똘한 한 채 등이 튀어나온다. 분석은 명쾌했지만, 답은 명쾌하지 않았다. 정부는 지금 난타당하고 있다. 억울하고 동의할 수 없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지금의 집값, 특히 강남 집값은 이 정부만 탓하기엔 무리다. 문재인 정부 이전 지난 10년간 집값은 제법 안정이 됐었다. 그런데 그때 너무 시장을 만만하게 봤다. 상승 에너지는 높아지고 있는데 제대로 된 공급 대책이 없었다. 부동산 114 통계를 빌리면 참여정부 때 서울에서 18만 2000여 가구가 공급된 반면 이명박 정부 땐 14만 2000가구, 박근혜 정부 땐 16만 가구에 그쳤다. 강남권도 그렇다. 집값이 안정됐을 때 재건축을 조금씩 풀어 공급에 숨통을 터주었어야 하는데 능동적이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집값 불안 조짐을 보일 때 서울시가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을 조건부로 허용하면서 이 일대 집값이 폭등한 것은 반면교사다.

그러나 인정할 것도 적지 않다.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나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는 세상이 지난 15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변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지난해 참여정부 때 썼던 투기방지책을 묶음으로 내놓았던 대책이 이런 변화를 반영했는지 궁금하다.

강남 집값은 그 속을 들여다보면 과거와 다른 점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전셋값이 올랐다. 2005년 전후해 서울 강남의 전세가율(집값에서 전셋값이 차지하는 비율)은 40~45%였다. 그래서 지금의 갭투자는 생각하기 쉽지 않았다. 지금은 강남의 전세가율이 70% 안팎이다. DTI 규제가 먹히지 않는 이유다. 세금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여기에다 지방 자산가들이 자녀에게 강남에 집을 사 물려주는 수요도 적지 않다. 서울에 취직한 자식을 위해 집을 사주는 것이다. 강남에 전국 각지에서 덤비는 모양새다. 여의치 않으면 준강남권이나 강북으로 방향을 튼다. 따져 보면 수도권 집중과도 맞닿아 있다. 여기에 매년 70만명이 30세에 도달하고, 이들이 결혼 등을 이유로 매매나 전세 수요를 뒷받침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책 입안자들은 공급으로 풀 문제가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그렇다고 공급을 떼어놓고 대책을 논하는 것도 우습다. 인정할 것은 하자. 이 상태가 지속되면 정부는 보유세 강화로 상승세를 꺾으려 할 것이다. 재산세의 누진율을 가파르게 해 세금을 부과하면 자칫 침체에 빠진 지방 주택시장을 잡을 수 있는 만큼 일단 보류하고, 종합부동산세를 만지작거릴 것이다. 종부세는 선택적 압박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현행 사실상 12억원인 종부세 기준을 9억원으로 강화하고, 이를 넘는 주택은 누진율에 따라 세금을 매기 되 누진율을 강화하는 것 말이다.

공감한다. 하지만 좀더 지켜봤으면 한다. 카드는 써 버리면 카드가 아닐 수도 있다. 만약 이후에 나오는 대책은 같은 강남에 대한 대책이지만, 달라진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sunggone@seoul.co.kr
2018-01-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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