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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생생 리포트] 代 이을 자가 없다…日 중소업체 대량 폐업 위기

[특파원 생생 리포트] 代 이을 자가 없다…日 중소업체 대량 폐업 위기

이석우 기자
입력 2018-02-09 20:48
업데이트 2018-02-10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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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127만곳 ‘후계자 부재 상태’ 추산

“일손은 모자라고, 후계자는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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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일손을 찾지 못한 일본 중소제조업체에서 일하는 노인 직원들.
젊은 일손을 찾지 못한 일본 중소제조업체에서 일하는 노인 직원들.
일본의 산업 경쟁력을 지탱해 왔다는 중소 제조업들이 후계자 부재와 일손 부족 등의 이중고로 ‘대량 폐업 시대’에 직면해 있다. 창업자, 기업 소유자들의 자식 세대들이 가업인 중소 제조업을 잇기를 피하고, 회사의 노하우를 꿰고 있는 직원 및 후배 세대들도 찾기 어렵게 되면서, 흑자 폐업 등 ‘대량 폐업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우려다.
경제산업성은 일본 전체 중소 제조업의 30%에 해당하는 127만개 업체들이 후계자를 찾지 못한 ‘후계 부재 상태’로 추산했다. 특히 1947~1949년 등 전후에 태어난 단카이세대(베이비붐세대) 경영자들이 70대가 되면서 10년 내로 후계자를 못 찾으면 상당수 중소업체들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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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성은 중소 제조업체가 전체 기업 421만개 가운데 99.7%, 종업원 수는 7할을 차지하고 있어 이 문제를 방치하면 2025년까지 고용 650만명, 국내총생산(GDP) 22조엔가량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매우 가늘게 만들어 ‘아프지 않은 주삿바늘’로도 유명한 오카노 공업도 후계자 부재로 인한 폐업 위기에 몰린 회사 중 하나다. 대표인 오카노 마사유키(84)는 “누군가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일이 쉽지 않다. 나의 대에서 끝이 날 것 같다”고 최근 소회를 말했다. 그는 선친이 운영하던 금형업체를 모체로 삼아 1972년 프레스가공회사를 설립했다. 오카노 대표는 “남에게 고용된 직장인들은 이 일을 맡기 어렵다”면서 “딸이 둘 있지만, 친족 가운데에는 후계자 후보는 없다”고 말했다.

효고 현립대의 니시오카 다다시 교수는 “현장을 방문해 보면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후계자 부재로 인한) 장래 불안감으로 설비투자를 꺼리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정부도 세제 혜택 등을 통한 사업 승계를 뒷받침하려 하지만, 친족 간 승계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니시오카 교수는 “고령화·소자화 등 외부 환경이 바뀐 상황에서 기술을 재평가하는 사업 기반을 재구축하고, 회사 전체를 넘겨주는 것보다는 분야별, 기술별 사업 승계에 초점을 맞춰 인수합병(M&A) 등을 포함한 승계 방안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일본 M&A센터의 오오야마 다카요시 상무는 “자녀 세대들은 가업을 이어 갈 의식이 부족한데 오너들은 자식에게 물려주려는 막연한 생각을 못 버리고 있다”며 “친족 밖에서 후계자들을 적극 영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오너들이 과감하게 도장(실권)을 후계 예정자들에게 이양하고 최소 1년 이상 이양 과정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6일 “중소 경영자의 평균 연령이 계속 상승하며 60대 후반이 가장 많게 됐다”면서 많은 부품 기업들의 분업이 필수적인 자동차·전기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2018-02-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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