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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올림픽 이후 한국 정부의 과제/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시론] 올림픽 이후 한국 정부의 과제/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입력 2018-02-12 22:44
업데이트 2018-02-12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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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관계가 한 달여 동안 압축적으로 개선됐다. 북한 정권의 헌법상 국가원수와 최고지도자가 아끼는 여동생이 문재인 대통령과 네댓 차례 기탄없는 대화를 나누고 김정은의 특사로서 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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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작년 말과 비교할 때 이러한 북한의 변화는 우선적으로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에 따른 안보위기나 한국을 따돌리는 북·미 간 타협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축소시킬 뿐 아니라 우리 정부가 민족의 운명 전개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국운 상승의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더구나 제대로 개최되기나 할지 걱정했던 평창올림픽의 평화 올림픽으로서의 성공은 덤으로 얻었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장은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노벨 평화상감이라고 하고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미 간 대화가 필요하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것에서도 향후 한반도 평화가 회복되고 정착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마련됐음을 확인해 준다.

단지 아직 한반도 평화의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는 다루어지지 않고 있고, 북한과 미국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서 3월 중순 패럴림픽까지 끝난 뒤 이러한 평화의 싹이 꽃으로 활짝 필 수 있다고 낙관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북한 정권이 작년 말까지는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완전히 무시하는 통미봉남 구도 조성을 모색하면서 연속적으로 핵과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다가 새해 들어 김정은의 신년사와 북한의 주도로 급속도로 남북 관계가 개선됐고, 북핵 문제는 남북 간에 의제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일부 국민들은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만약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북핵 문제가 악화되기라도 한다면 정부는 미국 정부와 우리 국민 양측에서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또한 4월에는 한 번 연기된 한·미 연합훈련이 예정돼 있고,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카드화해 이에 대한 또 한번의 수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이번에 펜스 미 부통령이 보여 준 것처럼 북한이 북핵 문제에서 미국이 바라는 수준으로 선행동을 하지 않으면 대화를 배제한 채 최고의 압박과 추가 제재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 정부는 어떤 전략을 펼치는 것이 가장 지혜로울 것인가?

우선 정부는 현재의 남북 관계 개선 기조의 동력을 유지함으로써 최악의 국가 안보 위기 발생을 사전에 억지하는 구도를 확보하고 민족의 운명 개척에 대한 외교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 여론뿐 아니라 미국도 동의할 것이 분명한 이산가족 상봉이나 말라리아 방역 및 의약품 지원 같은 인도주의적인 협력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1월 고위급 회담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한 군사실무회담을 개최해 접경 지역에서의 상호 비방 금지와 NLL 인근에서의 평화보장 방안 등을 논의해야 한다.

북한의 추가 도발 억지를 확보하면서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보다는 한·미 우호관계 유지를 우선시해야 한다. 한·미 관계가 훼손되는 방식으로 남북 정상회담이 추진된다면 미국과 국민의 지지 확보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핵 문제에 진전을 이루도록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여 북·미 대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해 북핵 해결 과정과 남북 관계 정상화 및 개선이 선순환적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도록 주력해야 한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남북 정상회담을 바란다는 북한이 북·미 대화가 진지하게 진행되는 동안에는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거나 적어도 실험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또는 현재 북한이 핵 문제를 의제로 삼는 것을 거부하고 있지만, 북·미 대화에서 조건이 맞는다면 핵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표명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물론 이미 연기된 한·미 연합훈련에서 전략자산 동원은 자제한다든지, 훈련 규모를 조정하는 것이 한·미 간에 합의된다면 북한의 결단은 보다 쉽게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2018-02-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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