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1년…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들

입력 : ㅣ 수정 : 2018-02-1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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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살해’ 동남아 여성들, 정말 몰래카메라인줄 알았나
김정남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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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
AP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지 13일로 1년을 맞았다.

하지만 그의 죽음과 관련해선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문이 여럿 남아있다.

그중 첫째는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바르는 역할을 맡은 동남아 출신 여성들이 범행 당시 살해 의도가 있었는지다.

인도네시아 국적자인 시티 아이샤(26·여)와 베트남인 도안 티 흐엉(30·여)은 작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VX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작년 7월부터 재판을 받아왔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시티와 도안이 국외로 도주한 북한인 용의자 4명과 김정남을 살해할 공동의 의사를 갖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기소장에 기재했다.

두 사람이 김정남의 얼굴에 VX를 바른 직후 두 손이 옷이나 몸이 닿지 않도록 조심하며 곧장 화장실로 달려가 손을 씻은 것도 혐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하지만 시티와 도안의 변호인은 이들이 리얼리티 TV용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 용의자들의 말에 속아 살해 도구로 이용된 ‘순진한 희생양’에 불과하다고 반박해 왔다.

실제 시티와 도안은 범행 당일 출국해 북한으로 달아난 북한인 용의자들과 달리 현지에 남아 있다가 잇따라 체포됐고, 그들의 객실에는 VX에 오염된 옷가지가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이와 관련해 시티의 변호인인 구이 순 셍 변호사는 지난 9일 열린 공판에서 시티가 작년 1월 15일 북한인 리지우(일명 제임스·31)와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시티는 작년 1월 15일 리지우에게 “오늘 연기는 별로였죠. 그렇지 않나요”란 메시지를 보냈고, 리지우는 이에 “자연스럽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시티와 도안이 그 직후 캄보디아로 이동해 김정남 암살 예행연습을 했다는 점을 들어, 처음에는 속아서 관여했을지 몰라도 나중에는 범행계획을 알게 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의문은 VX의 출처와 말레이시아로 반입된 경로다.

유엔이 대량살상무기(WMD)로 규정한 맹독성 신경작용제인 VX는 제조에 대규모 생산시설이 필요해 국가 차원의 지원이 없이는 손에 넣기 힘든 물질이다.

말레이시아 현지에선 시티와 도안이 맨손으로 VX를 취급한 사실 때문에 각각은 독성이 없지만 섞이면 맹독이 되는 이원혼합물 형태로 만들어져 사용됐을 것이란 가설이 초반에 잠시 제기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원혼합물 형태의 VX는 강한 열을 가해야만 독성을 띠며, 맨손으로 만져도 빨리 씻어내면 큰 위험이 없다는 점을 들어 완제품 형태로 국내에 반입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입 수단으로는 ‘외교행낭(行囊)’이 거론된다.

재외공관과 본부가 주고 받는 문서 주머니인 외교행낭은 겉으로는 평범한 주머니이지만 대사관과 마찬가지로 ‘치외법권’이 적용돼 소유국의 동의 없이 열 수 없게 돼 있다.

그럼에도 현재로선 VX가 외교행낭에 담겨 말레이시아로 반입됐는지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말레이시아는 북한이 북한내 말레이시아인을 전원 억류해 인질로 삼자 수주간의 협상 끝에 작년 3월 말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에 은신해 있던 사건 관련자들을 출국시키고 김정남의 시신과 소지품도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후 김정남 암살 사건의 배후로 북한 정권을 직접 지목하는 행위를 피해 왔다.

한편, 김정남이 애초 말레이시아를 찾은 이유도 여태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사항 중 하나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자 완 아지룰 니잠 체 완 아지즈는 지난달 29일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정남이 작년 2월 9일 랑카위에서 신원불명의 한국계 미국인을 만났다고 증언했다.

김정남은 이후 가족이 있는 마카오로 돌아가려다 살해됐고, 그의 가방에선 12만 달러(약 1억3천만원) 상당의 100달러짜리 신권다발이 나왔다.

현지 경찰은 김정남이 갖고 있던 노트북에 문제의 남성을 만난 작년 2월 9일 USB 저장장치가 삽입된 흔적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아사히 신문 등 일부 외신은 김정남이 접촉한 남성이 태국 방콕에 머물던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라면서 김정남이 정보를 건네는 대가로 거액의 현금을 받았을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말레이시아 당국은 신원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상황을 종합해 볼 때 김정남의 암살과 관련된 의문은 앞으로도 오랜 기간 미스터리로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은 이달 22일 시티와 도안에 대한 다음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며, 판결은 이르면 4월 중순께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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