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농단’ 최순실 20년형 무겁지 않다

입력 : 2018-02-13 17:50 ㅣ 수정 : 2018-02-13 17:52

폰트 확대 폰트 축소 프린트하기
뇌물수수 등 혐의 대부분이 유죄… 전대미문의 사건 엄중 책임 물어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몰고 온 최순실씨에 대한 법의 심판은 준엄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어제 삼성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고 기업들에 재단 출연 등을 강요한 혐의 등을 인정해 최씨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2016년 11월 최씨가 재판에 넘겨진 지 450여일 만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면세점 사업권 재승인 관련 뇌물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최씨에 대한 중형 선고는 최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전대미문의 국정농단의 ‘몸통’이라는 검찰의 판단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결과다. 검찰은 앞서 최씨에 대해 “국정농단 사태의 시작과 끝”이라며 징역 25년, 벌금 1185억원, 추징금 77억 9735만원을 구형했었다. 재판부는 “최씨의 범행과 광범위한 국정 개입으로 국정에 큰 혼란이 생기고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까지 초래했다”면서 “뇌물 규모와 국정 혼란, 국민들이 느낀 실망감에 비춰 보면 죄책이 대단히 무겁다”고 질책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최씨에게 적용한 공소사실 18개 중 주요 범행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특히 형량이 가장 무거운 뇌물죄와 관련해 삼성이 코어스포츠에 보낸 승마 지원금 36억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말 3마리에 대한 실질적 소유권도 최씨에게 있다고 했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는 승마 지원 용역비만 뇌물로 인정했었다. 반면 영재센터 후원금과 재단 출연금은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날 최씨의 각종 혐의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최씨가 지난 수년간 박 전 대통령과의 오랜 사적 인연에 기대 국정을 농락하고 이익을 챙겼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한 출연 강요, 승마 지원이란 형태로 자신의 딸에 대한 수십억원대의 뇌물 수수, 최씨의 지인이 운영하는 납품업체에 대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강요, 포스코와 그랜드코리아레저에 스포츠팀 창단 강요, 검찰 수사에 대비한 증거인멸 교사, 광고회사 지분 강탈 미수 등 마치 ‘범죄 백화점’을 방불케 할 정도다.

이날 재판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과 마찬가지로 삼성 승계 작업에 대한 묵시적 청탁은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2심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은 ‘안종범 수첩’의 증거 능력을 인정해 눈길을 끌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만난 뒤 말한 내용을 안 전 수석이 적은 수첩을 정황 증거로 본 것이다. 기업의 뇌물 공여에 대해 책임을 엄히 물은 것도 눈길을 끈다. 신동빈 회장 실형 선고와 관련해 뇌물 범죄는 공정성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해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는 재판부의 지적이 이를 잘 보여 준다. 정치권력을 가진 대통령과 경제권력을 가진 재벌 회장 사이에 형성되기 쉬운 유착관계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고 본다.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이번 판결이 상처 입은 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기대한다.
2018-02-14 31면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블로그

/

    사장공모

서울Eye - 포토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