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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리기자의 기습질문] 장애인주차구역 침범 주차시 10만원 vs 안 침범하면 50만원, 왜?

[강주리기자의 기습질문] 장애인주차구역 침범 주차시 10만원 vs 안 침범하면 50만원, 왜?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18-02-21 16:41
업데이트 2018-02-21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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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퀴즈1. 장애인 주차구역을 침범해 반쯤 차량을 넣은 상태로 주차한 차량의 과태료는? 정답: 10만원

 퀴즈2. 장애인 주차구역을 전혀 침범하지 않은 채 주차구역 한 대 차량의 통행을 방해한 경우 과태료는? 정답: 50만원

 퀴즈3. 장애인 주차구역 방해행위를 하면 계도 1회 후 2회째 적발시부터 과태료 50만원을 매긴다? 정답: 구청 마음대로
장애인 전용구역 주변부에 세운 주차차량 과태료 50만원
장애인 전용구역 주변부에 세운 주차차량 과태료 50만원 지난해 12월 24일 충북 오송역 내부 유료주차장에서 장애인 전용주차구역 앞에 차량이 세워져 있다. 이 차량을 신고하면 차주에게는 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이 차량이 장애인 전용주차면 내부에 아예 차를 주차해버리거나 절반쯤 걸치기만 해도 10만원만 내면 된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판단이다.
오송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장애인 전용구역 주변부에 세운 주차차량 과태료 50만원
장애인 전용구역 주변부에 세운 주차차량 과태료 50만원 지난해 12월 24일 충북 오송역 내부 유료주차장에서 장애인 전용주차구역 앞에 차량이 세워져 있다. 이 차량을 신고하면 차주에게는 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이 차량이 장애인 전용주차면 내부에 아예 차를 주차해버리거나 절반쯤 걸치기만 해도 10만원만 내면 된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판단이다.
오송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날 장애인 주차구역에 고의로 침범해 차를 세운 사람으로 취급해달라”

 이게 대체 무슨 말일까. 2015년 7월 29일 시행된 장애인 전용주차구역 주차방해행위 과태료를 둘러싼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차량을 장애인 주차장에 고의로 집어넣은 행위보다 오히려 양심껏 비켜세운 주변 차량에 과태료를 5배 더 물릴 수 있도록 한 현행 법(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때문이다.

● 악의적 장애인주차·통행 방해 근절 취지…기준 애매, 주먹구구식 과잉제재 논란에 항의 빗발

 보건복지부가 처음 이 법을 만든 취지는 장애인들의 주차를 방해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장애인주차구역 앞에 짐을 쌓아두거나 차를 이중 또는 평행주차해 장애인주차구역에서 복수 차량의 진출입을 막는 악의적인 주차 및 통행 방해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것이었다. 과태료를 50만원으로 책정한 이유도 그런 배경이라는 게 복지부 담당 공무원의 설명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처음 법을 만들 때 장애인 주차 그림을 지우거나 장애인 주차구역을 이용하지 못하게 폐쇄시키거나 주차 구역 안에 짐을 쌓아두는 악의적인 행위에 대해 좀더 센 과징금을 부과해달라는 의견이 있어서 수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런 입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정부세종청사에서 만난 행정법을 꽤나 안다는 실국장 등 고위공무원들조차 개정된 장애인 주차구역법을 잘 알지 못하거나 “행위에 정도에 비해 과태료 금액이 과도한 과잉 제재로 판단되는 행정법상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분석했다.
장애인 전용구역 주변부에 세운 주차차량 과태료 50만원
장애인 전용구역 주변부에 세운 주차차량 과태료 50만원 지난해 12월 24일 충북 오송역 내부 유료주차장에서 장애인 전용주차구역 앞에 차량이 세워져 있다. 이 차량을 신고하면 차주에게는 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이 차량이 장애인 전용주차면 내부에 아예 차를 주차해버리거나 절반쯤 걸치기만 해도 10만원만 내면 된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판단이다.
오송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정부 내부서도 “행정법상 비례의 원칙서 어긋나”…악법도 법이니 지켜라?

 살인과 살인미수의 형량이 엄연히 다른 것처럼 장애인들이 아예 차를 대지 못하도록 다분히 고의적으로 차량을 넣어 주차한 사람에게 더 높은 과태료를 매기는 게 법 상식에 맞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과태료를 매기는 한 구청 담당 공무원은 “주차방해행위 과태료 부과에 대한 민원 전화를 정말 많이 받는다”며 “우리 내부에서도 전용주차면에 넣은 것도 아닌데 5배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은 좀 맞지 않다고 말하는데 악법도 법이라고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할 정도다.

 실제로 과태료 부과 기준도 애매하고 제각각이다.

복지부에 확인결과, 예를 들어 차량이 장애인 주차구역을 침범해 주차됐을 경우는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를 넣은 것으로 간주해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러나 장애인 주차구역을 침범하지 않고 단순히 앞에 주차돼 있는 경우는 50만원을 부과한다. 차라리 주차 구역을 침범해 차를 세우는 것이 과태료를 덜 낸다는 얘기다. 감면 또는 면제를 받기 위해 소명서를 쓴다 해도 지방자치단체마다 한 차례 경고와 함께 면제해주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고의성 여부와 상관 없이 무조건 50만원을 내라고 하는 지자체도 있어 ‘복불복’이나 다름 없다는 경험담들이 쏟아진다.
장애인 전용구역 안에 세운 주차차량 과태료 10만원
장애인 전용구역 안에 세운 주차차량 과태료 10만원 지난해 6월 16일 충북 오송역 내부 유료주차장에서 장애인 전용주차구역 내부에 장애인자동차표지가 없는 차량이 주차돼 있다. 이 차량을 신고하면 차주에게는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만약 이 차량이 장애인 전용주차구역 주변(앞, 빗금부분 등)에 차를 세워 장애인 차량의 통행을 막았다면 5배인 과태료 50만원을 내야 한다. 차라리 고의적으로 장애인 주차구역 내부에 차를 넣는 것이 덜 손해보는 보는 셈이다.
오송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장애인주차구역 고의 침범시 과태료 10만원, 안 침범하면 50만원…“정당성·법상식 안 맞아”

복지부가 배포하는 ‘2017장애인복지사업안내’에는 고의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1회 계도 후 2회째부터 과태료 50만원을 매긴다고 돼 있지만 이 역시 복불복으로 지방자치단체마다 고의성 여부와 상관 없이 가차 없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복지부 공무원은 “소명서를 받아 내용에 참작사유가 있으면 지자체의 결정으로 50% 경감도 해준다”고 말했지만 적용되는 경우는 매우 예외적이다. 과태료 부과가 지자체 공무원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고무줄 잣대로 적용될 수 있는 셈이다.

 과태료 부과의 근거가 되는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제7조에 따르면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 질서위반행위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아니한다”라고 돼 있다. 또 제8조에는 “자신의 행동이 위법하지 아니한 것으로 오인하고 행한 질서위반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해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행위자의 행위 배경에 고의 또는 과실이 있었는지 위법성에 대한 정당한 오인 사유가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법에서 밝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과태료 부과를 담당하는 일부 공무원들은 “그런 식이면 다 빠져나갈 것”이라며 법 해석을 좁게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대목이다.
50만원 과태료 안내 없는 장애인 전용주차구역 표지판
50만원 과태료 안내 없는 장애인 전용주차구역 표지판 지난해 12월 24일 충북 오송역 내부 유료주차장에 장애인 전용주차구역 표지판이 있다. 이 표지판에는 장애인 전용구역 주차면 안에 차를 세우면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설명이 있지만 그 어디에도 주변에 차를 세워 통행을 방해할 경우 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안내 문구는 한 줄도 없다. 유료주차장 내부는 갓길과 인도에도 차량들이 주차돼 있지만 외부와 달리 과태료를 매기지 않는다. 1년의 유예기간 동안 전단지 살포 및 현수막을 다는 등 홍보를 했다고 지방자치단체들은 민원인들에게 주장하고 있다.
오송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시행 3년차 주차방해시 50만원 과태료 부과 안내 표지판에 없는 곳 수두룩

 규정에는 장애인주차구역 표지판에 주차구역 내 주차시 10만원과 함께 주차방해시 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사실을 명시하도록 돼있지만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런 기본적인 규정 정비나 홍보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곳들이 허다하다. 복지부의 업무지시가 제대로 지자체에서 이행되지 않고 있거나 일선 현장에서 제도에 개선해야할 점이 느껴지는데도 책임지는 것이 두려워 문제제기 대신 과태료 징수부터 하고 보는 공무원들의 보신주의가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시민들이 이 제도와 관련해 포괄적으로 불합리하다는 민원 제기가 수차례 있었고 비례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만큼 배보다 배꼽이 큰 규정을 정비해야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주차면 한 칸의 진출입을 방해했다면 고의로 안에다 차를 세웠을 경우와 마찬가지로 10만원, 주차면 두 칸을 방해했다면 20만원으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집행 공무원이 규정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지하면서도 제도 개선 건의 등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건 공무원들의 전형적인 보신주의”라고 지적했다.
장애인 전용구역 주변부에 세운 주차차량
장애인 전용구역 주변부에 세운 주차차량 지난해 6월 16일 충북 오송역 내부 유료주차장에서 장애인 전용주차구역 옆에 차량이 세워져 있다.
오송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장애인단체조차 이해 못하는 규정…문제 알고도 꼼짝 않는 공무원 보신주의 논란도

 이 법의 실질적인 적용을 받는 장애인단체에서도 주차방해 과태료 규정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린다. 정다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왜 과태료 규정이 그렇게 정해졌는지 모르겠다”며 “주차구역 안에 차를 세운 행위와 주차를 방해하는 행위가 딱히 잘못한 정도가 다르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과태료를 매긴다면 높고 낮음을 떠나 주차면을 침범한 행위와 금액을 똑같이 매기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답했다.

 입법 취지가 훌륭하다 하더라도 정당성을 잃은 과태료 징수 논란이 재연된다면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지금 국회에서도 이런 논란 속에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의원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장애인주차구역 내부에 차량을 고의로 세웠을 때도 외부에 주차방해행위를 한 것과 동일하게 과태료를 5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내놨다. 장애인단체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복지부에 따르면 과태료 부과가 본격화된 2016년 8월부터 지난해 상반기(1~6월)까지 부과된 장애인 주차방해행위 건수는 총 633건, 2억 6400만원이 징수됐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13일부터 12월 5일까지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집중 단속을 벌였다. 단속을 강화했으니 연말까지 부과건수와 징수액은 더 늘어났을 것이다. 복지부는 전체 장애인 주차구역 위반행위(적발건수 43만 2862건, 징수액 422억원)에 비하면 적은 수치라고 설명하지만 장애인주차구역 내에 고의 침범해 세웠거나 사문서를 위조해 장애인 행세를 한 명백히 위반한 행위를 더욱 엄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정책으로 판단된다.
장애인 전용구역 주변부에 세운 주차차량 과태료 50만원
장애인 전용구역 주변부에 세운 주차차량 과태료 50만원 지난해 12월 24일 충북 오송역 내부 유료주차장에서 장애인 전용주차구역 앞에 차량이 세워져 있다. 이 차량을 신고하면 차주에게는 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이 차량이 장애인 전용주차면 내부에 아예 차를 주차해버리거나 절반쯤 걸치기만 해도 10만원만 내면 된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판단이다.
오송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처벌 정도는 위반 정도에 비례해야…왜 5배나 높은 과태료 내는지 합리적 설명 있어야

 전문가들은 정부나 지자체가 시민들에게 장애인주차구역 내부에서 세우는 행위보다 외부에 주차방해행위의 과태료 징수가 왜 5배나 높은 과태료를 내야 하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처벌의 정도는 위반의 정도에 비례해야 한다. 그런데 이 규정은 공무원의 주차방해행위 해석이 명백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개정 규정에 대해 알고 있는지, 장애인주차구역을 침범하지 않기 위해 어렵게 비켜 차를 세웠는데 지자체에 따라 재수 없으면 과태료를 무는 상황이라면 시민들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 전문가 “다 당해봐야 아는 규정은 법 순응도 떨어뜨려…실효성 있는 정책 홍보 필요”

이 교수는 “결국 다 당해봐야 그 규정을 아는 거라면 좋은 처벌 규정이 아니다”라면서 “주차방해시 왜 5배나 많은 과태료를 내야하는지, 해외사례는 어떠한지 등을 과태료 납부 가능성이 있는 대상에게 충분히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어 “손실이 세다고 해서 법이 지켜지는 건 아니다”면서 “‘이건 5배를 내야하는 게 맞아’라고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충분히 납득할 때 순응의 정도가 높아진다”며 정부 정책의 실효성 있는 홍보 대책을 주문했다. 쇼킹할만한 논리가 없다손 치더라도 최소한 가벌성이 강하다는 사실을 시민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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