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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견제 나선 사우디 실세 빈살만 “유대인들 이스라엘 땅 소유는 권리”

이란 견제 나선 사우디 실세 빈살만 “유대인들 이스라엘 땅 소유는 권리”

심현희 기자
입력 2018-04-03 22:42
업데이트 2018-04-0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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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서 철수” 입장 바꿔

아랍 지도자 첫 ‘유대 영토’ 인정
美·이·사우디 ‘삼각동맹’ 형성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이스라엘의 영토를 인정하는 듯한 이례적인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우디를 비롯한 아랍권은 공식적으로 이스라엘 국가를 부정해 왔다. 빈살만의 언급은 사우디의 앙숙인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밀월 관계를 구축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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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로이터 연합뉴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을 방문 중인 빈살만 왕세자는 이날 발행된 미 ‘애틀랜틱’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유대인들이 조상의 땅에 민족국가를 세울 권리가 있다고 믿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각각의 사람이 어느 곳에서라도 평화로운 나라에 살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며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인이 그들 자신의 땅을 소유할 권리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모든 이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관계 정상화를 이루기 위한 평화적 합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랍 지도자가 유대인 선조의 땅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는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사우디는 지난 수년간 이스라엘을 향해 “(양국 간) 관계 정상화는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빼앗은 팔레스타인 땅에서 철수하느냐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양국은 아직까지 정식으로 수교하지 않았다. 아랍권에서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체결한 곳은 요르단과 이집트뿐이다. 이번 인터뷰를 진행한 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기자는 “빈살만 왕세자가 유대인들의 ‘자신의 땅’에 대한 권리를 인정했다”며 그는 이스라엘에 관해 나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빈살만 왕세자가 이스라엘과 관련해 그동안 아랍권의 어느 지도자도 하지 않았던 발언을 내놓은 것은 이란을 공동의 위협으로 간주해 온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가 최근 부쩍 친밀해졌음을 시사한다. 이란의 중동 내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두 국가가 ‘대이란 공동전선’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빈살만 왕세자의 이번 미국 방문을 계기로 이란을 공적으로 둔 미국과 사우디, 이스라엘 간 ‘삼각동맹’의 윤곽이 확실히 드러나게 됐다.

사우디는 이란이 2015년 핵협상을 타결하면서 제재에서 벗어나 정치·경제적으로 급부상하자 이란에 지역 주도권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빠져 있다. 특히 지난해 이슬람국가(IS)가 몰락한 이후 사우디와 이란이 중동 주도권 경쟁을 벌이며 이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는 더욱 가까워졌다.

사우디는 지난달 처음으로 이스라엘을 향해 가는 직항 여객기에 영공을 개방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이스라엘의 한 고위급 관료는 오랜 기간 소문으로만 나돌던 사우디와의 비밀접촉을 처음으로 시인하기도 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이스라엘은 규모에 비해 큰 경제를 갖고 있고 경제가 계속 성장하고 있다”며 “평화만 조성된다면 당연히 우리는 물론 이집트, 요르단,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과 이스라엘이 공유하는 이익이 많을 것”이라고 양국 관계의 변화를 암시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2018-04-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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