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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개인정보 보호와 경제 효과 분석이 시급하다/송경진 세계경제연구원장

[열린세상] 개인정보 보호와 경제 효과 분석이 시급하다/송경진 세계경제연구원장

입력 2018-04-19 22:42
업데이트 2018-04-19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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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진 세계경제연구원장
송경진 세계경제연구원장
어떤 사람이 오랜만에 피자를 주문하려고 단골 피자 가게에 전화했더니 거대 데이터 기업이 인수했더란다. 말할 필요도 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피자를 이미 알고 있었고 심지어 취향에 맞게 새로운 맛도 권했다. 자기를 속속들이 아는 것 같아 질린 남자가 여행이나 가야겠다고 하자 여권이 만료됐으니 갱신하라고 하더란다. 자기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는 것 같아 께름칙했다는 것이다. 물론 우스갯소리다.

그러나 이 우스갯소리는 이미 3조 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향후 급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는 글로벌 데이터 경제의 핵심 이슈를 잘 드러낸다. 데이터 경제 패러다임에서 우리는 혁신과 경제 성장을 위한 데이터의 활용이라는 경제적 문제와 개인정보 보호라는 윤리적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87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알려진 최근 페이스북 사태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된다.

물론 프라이버시와 경제 효율성 이슈가 지금에서야 제기된 문제는 아니다. 1970년대 말 경제학에 프라이버시 개념을 도입한 리처드 포스너 교수는 프라이버시를 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페이스북 사태는 개인정보 보호의 부재가 기업의 이미지뿐 아니라 경제의 효율성을 유의미하게 저해할 수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 줬다.

데이터 경제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개인정보 유출의 빈도와 규모 그리고 피해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대중의 관심 역시 높아졌다.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에 대한 광범위한 공론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개인정보는 최대한 보호하면서 불필요하고 중복된 규제는 걷어내고 혁신과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수의 개인정보 보호 관련법이 과도한 규제와 비효율성을 초래하는 원인은 아닌지 꼼꼼히 살피고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규제를 일원화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6년여의 준비 과정을 거친 유럽연합의 일반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이 5월 25일부터 시행된다. 이 규정이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 그리고 기업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반한 기업에 무거운 벌금을 명시한 이 규정은 유럽과 비즈니스 관계에 있는 모든 기업에 해당된다. 먼저 우리 업계와 정부의 대응을 점검하고 미진한 부분에 대해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특히 자체 역량이 충분치 않은 중소기업과 데이터 활용이 많은 벤처ㆍ스타트업이 새로운 규정을 소화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제공, 설명회 등 관련 민관 기관의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설립 취지에 걸맞게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바란다.

개인정보 보호의 강화로 인해 데이터 확보에 일시적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는 중소기업, 벤처ㆍ스타트업이 현재 활용률이 5%에 불과한 공공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토록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물론 공공 빅데이터의 범위와 정보의 질은 높여야 한다. 미국의 경우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소매업체의 영업 이익이 60%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아울러 전체 데이터의 80%에 이르는 미활용 데이터의 정보 가치를 높이고 활용도를 늘려 경제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법ㆍ규제 정비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가 사회적 신뢰를 쌓는 일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에서도 저신뢰 사회에 속한 우리는 사회자본의 축적이 쉽지 않다. 혁신과 총요소생산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뜻이다. 원칙과 배려 그리고 공정경쟁에 기반한 사회질서의 확립이 신뢰 축적의 첫걸음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우리나라만큼 뜨거운 국가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기술 위주의 담론에 매몰돼 정작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에 따른 경제ㆍ사회적 비용과 편익에 대한 유의미한 분석이 보이지 않는다.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산하 관련 국책연구기관들이 공동 연구를 하면 좋을 것이다. 경제 패러다임이 급속히 변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거시경제의 틀과 방향을 제시하고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중요한 밑작업이 될 것이다.
2018-04-2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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