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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회담 엿새 만에 전격 성사된 ‘원 코리아’

판문점 회담 엿새 만에 전격 성사된 ‘원 코리아’

임병선 기자
입력 2018-05-03 22:58
업데이트 2018-05-04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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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탁구선수권 여자 단일팀 합의

8강 남북전 없이 준결승 진출
日과 대결… 져도 동메달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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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퐁 ‘깜짝 통일’… 27년 만에 남북 女단일팀 구성
핑퐁 ‘깜짝 통일’… 27년 만에 남북 女단일팀 구성 3일 스웨덴 할름스타드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남북 여자탁구가 27년 만에 단일팀 구성에 전격 합의한 가운데 안재형(왼쪽) 대표팀 감독과 남북 선수들이 밝게 웃으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단일팀 명칭은 ‘KOREA’로 표기하기로 했다. 단일팀 구성으로 예정된 남·북한 8강전이 없어지고 4일 일본과 준결승전을 벌인다.
대한탁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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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스웨덴 할름스타드 틸뢰산드 호텔에서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출전 도중 단일팀을 이룬 남측 서효원(왼쪽·렛츠런)과 북측 김남해(오른쪽)가 밝은 얼굴로 양하은(대한항공)-최현화 조와 시범 경기를 벌이고 있다.  대한탁구협회 제공
2일(현지시간) 스웨덴 할름스타드 틸뢰산드 호텔에서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출전 도중 단일팀을 이룬 남측 서효원(왼쪽·렛츠런)과 북측 김남해(오른쪽)가 밝은 얼굴로 양하은(대한항공)-최현화 조와 시범 경기를 벌이고 있다.
대한탁구협회 제공
마침내 남북 탁구 단일팀이 성사됐다.

지난달 29일부터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이어지고 있는 세계탁구선수권(단체전) 여자 8강전에 진출해 3일 북한과 대결할 예정이었던 탁구 대표팀이 경기 몇 시간을 앞두고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이로써 8강전 남북 대결이 취소되고 우크라이나를 3-0으로 물리친 일본과 4일 오전 11시(한국시간 오후 6시) 준결승을 벌인다. 남북 선수단이 코트에 함께 나와 악수하고 포옹하며 단일팀 결성을 자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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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 김송이(오른쪽)와 남측 서효원이 미디어 앞에서 단일팀 구성에 기뻐하고 있다. 할름스타드 EPA 연합뉴스
북측 김송이(오른쪽)와 남측 서효원이 미디어 앞에서 단일팀 구성에 기뻐하고 있다.
할름스타드 EPA 연합뉴스
남북 단일팀이 구성된 것은 1991년 일본 지바세계탁구선수권 이후 27년 만이며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 합의한 지 엿새 만이다.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또 지바 대회 우승 주역인 현정화 코치, 유남규 코치 등이 숨은 조연이었다. 조양호 대한탁구협회장의 지원과 토마스 바이케르트 국제탁구연맹(ITTF) 회장의 용단도 빼놓을 수 없다.

현 코치는 “갑작스럽게 남북 단일팀이 성사됐지만 결정되는 장면을 지켜보던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27년 만에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이 성사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회 8강에서 남북 여자 선수들이 맞붙는 상황이 생긴 것이 단일팀을 구성하는 계기가 됐다”며 “국제연맹이 남북 출전 엔트리를 모두 보장해 주고, 입상 때 9명 전원에게 메달을 주는 배려를 했듯이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그런 방식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바 우승 주역인 리분희와의 재회도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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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팀 기념 셀카’를 찍은 안재형(오른쪽) 대표팀 감독과 남북 선수들.  할름스타드 EPA 연합뉴스
‘단일팀 기념 셀카’를 찍은 안재형(오른쪽) 대표팀 감독과 남북 선수들.
할름스타드 EPA 연합뉴스
현재 대회에 참가한 서효원(렛츠런), 양하은(대한항공), 전지희(포스코에너지), 김지호(삼성생명), 유은총(포스코에너지) 등 남측 5명과 차효심, 최현화, 김남해, 김송이 등 북측 4명 모두 단일팀 엔트리에 포함되고 팀 명칭은 평창동계올림픽 선례를 준용해 ‘KOREA(COR)’로 표기하기로 했다. 준결승에서 져도 3, 4위전을 치르지 않아 동메달이 확보돼 모두가 메달을 받는다. 태극기와 인공기를 나란히 게양하며 유니폼 제작엔 여유가 없어 지금 복장 그대로 하기로 했다.

분단 이후 처음 남북 단일팀을 탁구에서 구성했듯이 판문점 선언 이후 처음 단일팀 구성에 합의해 오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의 단일팀 추진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앞서 전날 ITTF 본부가 차려진 틸뢰산드 호텔에서 진행된 ITTF 창립 30주년과 ITTF 재단 출범 축하연 도중 양하은-최현화 조와 서효원-김남해 조가 각각 ‘코리아연합 1’과 ‘코리아연합 2’로 경기를 치렀다. 3-3 비긴 상태에서 “공동 우승”으로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아주 즐거웠다”고 밝힌 김남해는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하면 어떨 것 같냐”는 물음에 “함께 힘내서 꼭 1등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효원은 “(북측 선수들과) 말이 통해서 다른 나라 선수들보단 편한 느낌이었다”고 돌아봤다.

대한탁구협회는 다음달 평양오픈과 오는 7월 대전에서 열리는 코리아오픈 때 남북 선수들이 교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2018-05-0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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