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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한점 없는 한진家 미술전시실…커지는 ‘은닉’ 의혹

명화 한점 없는 한진家 미술전시실…커지는 ‘은닉’ 의혹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5-13 10:44
업데이트 2018-05-1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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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 자택 내 60여평 ‘전시장’으로 건축허가…미술전시실로 사용

밀수·탈세 혐의를 받는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자택 압수수색 당시 고가의 미술 작품이 단 한 점도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1일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와 조현아·원태 3남매 등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자택에서 관세청 관계자들이 압수수색 물품을 들고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1일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와 조현아·원태 3남매 등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자택에서 관세청 관계자들이 압수수색 물품을 들고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조양호 회장 부부가 자택 공간 중 상당 부분을 미술 전시장으로 건축 허가를 받아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예상 밖이라는 평가가 많다.

치밀하게 숨겨둔 비밀공간이 2차 압수수색 과정에서 들통이 나는 등 수상한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한진 일가의 밀수품 은닉 의혹이 점점 더 커지는 모양새다.

13일 조 회장 평창동 자택의 건축물대장과 건물·토지등기부 등본 등을 보면 조 회장 자택 중 일부 공간은 주택이 아닌 ‘기타전시장’ 용도로 건축 허가를 받았다.

조 회장 부부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사는 평창동 집은 지상 2층, 지하 3층에 이르는 저택이다. 지상·지하 공간을 합친 연면적은 1천403㎡(425평)에 달하고 대지면적만 1천600㎡(484평)가 넘는다.

특이한 점은 연면적의 약 15% 정도인 220㎡(67평)는 거주 공간이 아닌 ‘기타전시장’으로 건축 허가를 받았다는 점이다.

기타전시장으로 사용하는 공간은 지상 1층(70.92㎡)부터 지하 2층(130.99㎡)·3층(18.09㎡)까지 총 3개 층에 걸쳐 있다.

조 회장 부부는 평소 이 공간을 미술전시실로 활용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기타전시장’으로 건축 허가를 받았다면 용도에 맞게 사용을 해야 한다”며 “주택이나 주차장 등 다른 용도로 사용을 하면 무단 용도 변경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 회장은 사진 예술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씨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전문가로 그림에 조예가 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씨가 이사장직을 맡은 일우재단의 주요 사업 중 하나도 사진·미술 전시문화 사업이다.

일우재단 홈페이지에서도 전시문화 사업을 재단의 첫 번째 주요 사업으로 소개하고 있다.

일우재단은 서소문 대한항공 빌딩에 ‘일우 스페이스’라는 전시 공간을 만들고 다양한 문화 전시·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다소 의외인 점은 조 회장 자택을 상대로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이 두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어느 곳에서도 고가 미술품을 단 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시장 용도로 건축 허가를 받은 전시 공간까지 마련했지만 정작 전시된 고가 미술품은 전혀 없었다는 뜻이다.

특히 조 회장 부부가 2014년 1월부터 이 집으로 이사해 4년 넘게 전시장 공간을 사용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지하 2층 일부 공간에서 그림 몇 점이 나왔지만 한진 측은 모두 이 씨가 직접 그린 것이거나 이 씨의 대학 후배들의 요청으로 구매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진 총수일가가 밀수·탈세 수사에 대비해 미리 의심이 갈만한 물품을 제삼의 장소에 은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영문 관세청장이 조 회장 자택의 비밀공간을 확인했지만 뚜렷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사실에 대해 “안타깝게도 조금 치웠지 않나 하고 의심을 하고 있다”며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은 것도 이런 배경과 관련이 깊다.

조 회장 자택에 대한 세관의 2차 압수수색 과정에서 옷을 모두 치우거나 책꽂이를 밀어내야 출입이 가능한 비밀공간이 3곳이나 발견됐지만 밀수·탈세와 관련된 물품은 나오지 않았다.

김 청장은 비밀공간은 외부인이 봤을 때 알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며 “그런 장치를 만들어놓고 그 정도로 비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진 측이 폭언·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해명을 내놓으면서, 쏟아지는 밀수·탈세 혐의와 제보에 대해서 일관되게 함구하고 있는 점도 의혹을 키우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한진 측이 내놓은 밀수·탈세 의혹 관련 해명은 이 씨가 해외지점을 통해 억대 명품을 샀다는 의혹에 대한 것이 전부다.

한진그룹은 당시 해명자료에서 비서실을 통해 과일과 일부 생활필수품 등을 사달라는 요청을 몇 번 한 바 있지만 모두 소액의 생활용품 위주였다고 주장했다.

관세청은 현재 한진 측의 미술품 불법 반입·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텔레그램 제보(t.me/incheoncustoms)를 열어 놓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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