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 내용 적힌 보고 문서 공개…아베 “사실 아니다” 전면 부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두 곳의 사학재단(모리토모학원·가케학원)에 부당한 특혜를 줬다는 게 이른바 ‘모리가케 의혹’이다.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나 정황이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공개됐지만, 아베 총리 본인과 관련 인물들은 모두 “아니다”와 “모른다”로 일관해 왔다. 이런 전략은 일정 수준 성공을 거둬 왔다. 하지만 또다시 ‘결정적 증거’가 등장하며 아베 총리는 새로운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가케학원 수의학부 특혜 의혹에 대한 그의 해명이 완전히 거짓이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수준이다.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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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아베 총리는 “에히메현 등이 국가전략특구에 수의학부 유치를 희망하고 있는 건 알았지만 그 사업자가 가케학원인 줄은 몰랐다”면서 직접적인 연관성을 일관되게 부정했다. 가케학원이 에히메현에 수의학부를 세운다는 사실을 2017년 1월에야 처음 알았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번 문건에 따르면 주장보다 2년이나 앞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셈이 된다. 아베 총리는 22일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을 만나 전날 에히메현이 공개한 문서의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문서에서 지적된 날에 가케 이사장과 만난 적이 없다. 혹시나 해서 관저의 기록을 살펴봤지만 관련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파문이 이전과 같이 쉽게 수그러들지는 불투명하다. 문서 내용이 사실이면 특혜 의혹은 물론이거니와 아베 총리가 국회 등에서 공개적으로 거짓말을 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여당 안에서도 향후 사태 추이에 대해 커다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2018-05-23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