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다들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역임하다’를 쓰려면 앞에 복수의 이력이 나열돼야 한다는 시비를 피하거나, 편한 말을 사용하려고 대신 ‘지내다’를 선택하는 마당에 회피한다는 건 생뚱맞을 수 있었다.
그는 구체적인 예를 들었다. ‘장관을 지낸’이라고 하면 차별적이고, 권위를 칠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 표현이 왜?’ 얼른 들어오지 않았다. 언론 매체들이 직위가 낮은 사람들의 이력을 적을 때는 ‘지내다’를 거의 안 쓴다는 것이다. ‘하다’나 혹은 ‘맡다’ 같은 말로 대신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는 ‘지내다’ 대신 ‘하다’로 바꿔 쓰곤 한다고 했다. 그러면 ‘장관을 한(했던)’이 된다.
조금씩 고개들을 끄덕였다. ‘지내다’가 차별적이거나 권위적으로 쓰인다는 말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고, 고개를 갸웃했지만, 특정 직위 이상의 사람들 이력을 드러내는 글에서는 ‘지내다’를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평범’한 ‘지내다’가 권위를 담는 용도로 표시 나지 않게 자리한 것이다.
애초 의도하지는 않았을 수 있다. 그러나 특정한 자리의 사람들을 대접하려는 의식은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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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7 2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