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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 골치 아프지만 즐거운 일… 전 오늘도 책을 고릅니다

[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 골치 아프지만 즐거운 일… 전 오늘도 책을 고릅니다

입력 2018-06-08 22:32
업데이트 2018-06-09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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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이 매일 옵니다. 봉투를 뜯고 문화부장 뒷자리 창가 한쪽에 차곡차곡 쌓아 둡니다. 매주 다르긴 하나, 일주일에 대략 100권 안팎입니다.

서울신문 문화부는 토요일자로 2개 지면에 걸쳐 ‘주말엔 책’을 운영합니다. 기사로 쓸 책은 화요일 오후에 고릅니다. 한 주 동안 가장 눈에 띄는 책 2권을 골라 ‘머리기사’(톱)로 정합니다. 2~3권을 골라 다른 기자들에게 서평을 맡깁니다. 남은 책들 가운데 독자가 눈여겨봐야 할 책은 ‘책꽂이’라는 꼭지로 소개합니다. 빼어난 사진이 담긴 책은 ‘그 책 속 이미지’로 정합니다.

이 일을 맡은 저는 ‘책 골라 주는 남자’, 줄여서 ‘책골남’입니다. 100권의 책 가운데 읽을 만한 책을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책골남이란 말을 달리 풀면 이렇게도 말할 수 있겠네요. ‘책 때문에 골치 아픈 남자.’

주변에서 ‘책은 어떻게 고르냐’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책골남이 세운 기준이 몇 개 있긴 합니다. 우선 소재입니다. 무엇을 쓴 책이냐를 우선 봅니다. 최근 책 가운데 지난달 26일자 책 지면 머리기사였던 ‘천재의 발상지를 찾아서’(문학동네)가 좋았습니다. 천재보다 천재가 활동한 도시에 주목한 점에 끌렸습니다. 두 번째 기준은 작가입니다. 이번 달 2일자 책면 머리기사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고양이’(열린책들)였습니다. 너무 유명한 저자라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습니다. 세 번째 기준은 출판사입니다. 책을 골라 놓고 출판사 상호를 보면 ‘아, 또 여기야?’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일주일에 쏟아지는 책을 모두 읽어보고 고를 순 없습니다. 그래서 기준에 맞춰 우선 골라 놓은 뒤에야 읽습니다. 물론 실패할 확률도 있습니다. 재밌겠다 생각하고 고른 책이 정말 재밌을 확률은 대략 70%쯤 되는 듯합니다. 그러니까 저는 70점짜리 책골남입니다. 그럼에도 책을 고릅니다. 독자들에게 좋은 책이 나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먼저 알려주고 싶어서입니다. 실패할 확률을 줄이려고, 100점짜리 책골남이 되려고 오늘도 창가에서 책을 뽑아 듭니다. 골치 아프지만 즐겁습니다.

gjkim@seoul.co.kr

2018-06-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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